- 평균연봉 20개 구단 중 18위
- 1위 맨유의 26% 수준에 불과
- 저비용 고효율 반전드라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부자 구단이 많기로 유명하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맨체스터 시티는 막강한 재력을 앞세워 세계적인 스타들을 ‘쇼핑’한다. EPL 순위도 선수단 평균 연봉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번리의 공격수 애슐리 반스가 13일(한국시간) 영국 번리 터프무어 구장에서 열린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 스토크시티와의 경기에서 경기 종료 직전 결승골을 터뜨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번리 구단 홈페이지 캡처

물론 예외도 있다. ‘단골 강등후보’인 번리가 대표적이다. 번리는 13일 영국 번리 터프무어 구장에서 열린 2017-2018시즌 프리미어리그 17라운드 스토크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애슐리 반스의 극장골로 1-0 승리를 거뒀다.

후반 종료 1분을 남기고 스콧 아필드의 도움을 받은 반스가 보기 드문 깔끔한 슛으로 승부를 갈랐다. 홈 4연승을 거둔 번리는 9승 4무 4패(승점 31)로 4위로 뛰어올랐다. 4위는 번리가 1975년 1부리그에서 2위를 차지한 이후 42년 만에 작성한 최고 성적이다.

현재 번리의 앞에는 맨체스터를 기반으로 한 두 팀과 첼시뿐이다. 번리와 첼시(승점 35)의 승점은 4점 차에 불과하다. 물론 리버풀·아스날·토트넘이 번리보다 한 경기를 덜 치렀기 때문에 순위는 언제든 변동될 수 있다.

번리의 선수 평균 연봉은 EPL 20개 구단 가운데 18위이다. 미국 통계 사이트 GSSS(Globa Sports Salaries Survey)가 최근 발표한 EPL 선수 평균 연봉 순위에 따르면 번리는 137만 파운드(약 19억9400만 원)로 EPL 평균인 264만 파운드(약 38억 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524만 파운드(76억 원)가 넘는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6% 수준이다.

션 다이크 번리 감독은 “번리 팬들이 꿈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며 “축구는 현실이지만 꿈과도 연결된다. 우리가 EPL에서 우승하는 것은 벅찬 일이긴 하겠으나 (2015-2016시즌 우승한) 레스터시티도 대박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번리의 강점은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이다. 확실한 골잡이나 스타가 없는 대신 끈끈한 팀워크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17경기에서 12골만 내주며 EPL 최소 실점 3위(공동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체스터 시티)에 올라있다.

만약 번리가 시즌 후반까지 ‘언더독’의 반전 드라마를 이어간다면 EPL 4위까지 주어지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 앞으로 번리는 브라이턴(19위)과 오는 17일 격돌한다. 이어 손흥민이 소속된 토트넘과 24일 새벽 맞대결한다. 과연 번리가 ‘저비용 고효율’ 축구로 기적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