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보이콧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제재를 수용해 러시아 선수들이 국가대표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출전해도 막지 않겠다는 의미다. 최악의 상황은 피한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7일 러시아의 한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의심의 여지 없이 어떤 봉쇄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원할 경우 개인 자격으로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것을 막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러시아 선수단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금지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징계 발표 하루 만에 나왔다. IOC는 전날 집행위원회에서 약물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러시아 선수만 개인 자격으로 평창 땅을 밟도록 조건을 걸었다.

IOC 발표 직후 러시아 내에서도 평창올림픽 보이콧 여론이 가열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전면 보이콧은 없다’고 한발 물러선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IOC의 제재가 지난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 선거 개입 의혹에 따른 ‘정치적 판단’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오는 12일 올림픽 회의를 열어 평창올림픽 참가 여부를 결정한다. 현재 분위기라면 선수들의 개인 자격 출전을 용인할 공산이 짙다. 빅토르 안(32·한국명 안현수)이 이끄는 러시아 쇼트트랙 대표팀도 개인 자격으로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날 문 대통령의 지시로 ‘IOC 집행위원회의 러시아 도핑 제재 결정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정부는 평창올림픽이 한·러시아의 우호관계를 돈독히 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많은 러시아 선수를 만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고위인사는 “외교라인을 통해서 ‘러시아 선수들이 개인 자격으로 참가해도 빈틈없이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위해 특사를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특사 파견은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지금이 특사를 보낼 시점인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