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뛰어난 운동실력으로 육상 등 섭렵
- 대표팀 공격 이끌 차세대 에이스
- 내년 AG 목표로 재활 훈련 구슬땀
- 뵌 적 없는 부모님 원망보다 그리움
-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고 싶어

“기억은 전혀 없습니다. 그러니까 더 궁금하죠.”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웃지만 특별한 사연을 간직한 채 뛰는, 이름도 생소한 카바디 종목의 국가대표 강한(19·동의대)은 부모님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다. 미혼모였던 어머니가 어렸을 때 보육원에 그를 맡긴 후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족이나 부모님 이야기를 꼭 하는데 전 빠져있어야 하죠. 중학생 때까지는 부모님을 원망하고 제가 처한 상황을 창피해했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지난 9일 부산 서구 동아대 유도장에서 진행된 카바디 국가대표팀 훈련에서 강한(가운데)이 대표팀 동료들과 훈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r.co.kr

부산 서구 소년의집에서 자란 그는 운동을 좋아했던 소질을 살려 태극마크까지 달았다. 초등학교 때 육상 선수로 시작해 2년 전 전국대회 메달권에 진입해 두각을 나타낸 그는 대학교 입학 후 카바디와 인연을 맺었다. 강한은 키 188㎝, 몸무게 85㎏의 건장한 체격뿐만 아니라 뛰어난 운동신경 덕에 육상을 기본으로 스키와 축구에 이어 카바디까지 안 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다. “뛰고 난 뒤 느끼는 상쾌한 기분이 좋습니다. 개인 종목보다 함께 격려하는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는 카바디가 훨씬 좋습니다.”

카바디 국가대표 강한

강한이 활약 중인 카바디 종목은 국내에서는 낯선 스포츠다. ‘숨을 참는다’는 뜻의 힌디어에서 유래한 카바디는 격투기와 술래잡기를 섞어 놓은 듯한 종목이다. 공격수가 상대 진영으로 들어가 상대 팀 선수를 터치하고 자기 진영으로 돌아오면 득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종주국인 인도가 세계적으로 강세를 보이는데, 대표팀은 지난해 10월 카바디 월드컵에서 인도를 꺾고 4강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조재호 카바디 대표팀 감독은 “우리나라 선수 구성상 수비는 안정적인데 공격에서 경쟁력 있는 자원이 필요하다. 강한이 재활을 거쳐 실전 경험과 기술적인 부분을 보완해 공격수로서 가치를 빛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부산은 나 자신을 이만큼 성장시켜 준 곳”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강한은 최근 받은 발목 수술에 이어 진행 중인 재활 과정을 포함해 그동안 그가 받은 도움에 고마움을 표했다. “돈이 많이 들어 운동을 못 하게 하는 분위기에서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희락원 박소앙 부원장님과 비용이 많이 드는 재활 과정을 지원받도록 도와주신 동의과학대 스포츠재활센터 강호성 차장님과 허강 팀장님께도 꼭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요즘 그의 머릿속에는 내년으로 다가온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현재 대표팀에 소속돼 훈련 중이지만 최종 선발전을 통과해 아시안게임 카바디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그의 목표다. 강한은 메달을 목에 걸고 부모님을 마주하는 모습도 그린다. “만나게 되면 ‘낳아주셔서 감사하다’는 한 마디를 꼭 전하고 싶어요. 제 바람은 그것뿐입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