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막을 내리는 2017 타이베이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지금까지 대만에서 열린 가장 큰 규모의 국제 스포츠 이벤트다. 그만큼 대만 정부와 타이베이시가 거친 철저한 준비 과정은 또 한 번의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둔 대한민국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수영과 수구 경기가 열린 대만 국립체육대학 체육관은 평범한 체육관에 물탱크와 지지시설(오른쪽)을 설치해 수영장으로 바꿨다.

이번 유니버시아드 대회 기간 활용된 총 38개 경기시설 중 신축한 곳은 2개에 불과하다. 허핑 농구 경기장과 타이베이 테니스 센터만 새로 지었고 나머지 36개 경기장은 기존 시설을 활용했다. 대표적인 예로 대회 기간 수영장으로 증축해 활용한 대만 국립체육대학 체육관을 들 수 있다. 수영과 수구 경기가 열린 이곳은 평범한 체육관이었지만 대회를 앞두고 국제수영연맹(FINA) 기준에 맞춰 수영 경기를 치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경기장 아래에 있는 물탱크와 기반 시설은 대회가 끝나면 철거했다가 야외 공원에 배치해 많은 시민이 물놀이를 즐기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앞두고 새로 지은 시설도 대회 이후까지 생각했다. 가변석을 설치한 허핑 농구 경기장은 해당 좌석을 없애면 각종 공연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한다.이번 대회 모든 경기장의 건설계획을 진두지휘한 뤼밍춘 대만 유니버시아드 베뉴 관리부장은 “모든 경기장을 새로 지으려면 예산도 많이 들지만 시간도 꽤 걸리는데 우리에게는 두 가지 모두 줄이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고 전했다.

동계 올림픽을 유치하며 하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4대 국제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치른 전 세계 다섯 번째 나라가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조금 다르다. 평창 동계 올림픽 기간 활용될 12개의 경기장 중 절반인 6곳을 신축했고, 그중 3곳의 사후 활용 방안이 아직도 정해지지 않았다. 떠들썩한 올림픽의 열기가 사라지면 당장 많은 돈을 들인 경기장이 쓸모없는 시설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평창에서는 29일부터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9차 조정위원회가 열려 대회 개막 전 마지막으로 시설 준비 상황 점검과 사후 활용 방안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아직 시간이 늦지 않은 만큼 조금이라도 더 건설적인 대안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