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최선을 다했고 행복하다.”

31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승전을 마치고 대표팀 주장 김연경(중국 상하이)은 슬픔이 아니라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날 대표팀은 폴란드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0-3(19-25, 21-25, 21-25)으로 패하며 아쉬운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목표였던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지만 3년 만에 돌아온 그랑프리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확인했다.

31일(한국시간) 국제배구연맹(FIVB)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2그룹 결승전에서 폴란드에 이어 2위를 차지한 한국의 김연경이 트로피를 들고 있다. FIVB 제공

대표팀은 2그룹 예선에서 폴란드를 두 차례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지만, 세 번째 대결이자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는 폴란드의 높이에 밀렸고 체력 문제까지 겹치며 무릎을 꿇었다. 평균 신장이 대표팀보다 4㎝ 큰 폴란드는 특히 높이를 활용한 블로킹에서 14-8로 앞서며 한국의 공격과 수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세트마다 대표팀이 초반에 앞서거나 접전이 이어졌지만 이후 점수 차가 벌어지며 경기를 내줬다. ‘배구 여제’ 김연경이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은 15득점을 올렸지만, 팀의 패배로 웃지 못했다.

전날 4강전에서 독일에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지만 풀세트 접전을 치르며 떨어진 체력도 정상적인 경기를 힘들게 만들었다. 실책이 이어졌고 위기마다 점수를 뽑던 김연경의 타점 높은 공격도 힘을 쓰지 못했다. 부상 선수가 속출해 14명의 엔트리를 다 채우지 못하고 12명의 선수로 이번 대회에 나선 대표팀에게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11경기를 치르는 힘든 일정은 벅찼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대표팀은 놀라운 성과를 보였다. 예선에서 7연승을 달린 끝에 8승 1패로 1위를 차지했고 역대 그랑프리 최고 성적이었던 1997년 그랑프리 1그룹 3위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표팀은 1일 귀국해 해산한 뒤 오는 9일부터 필리핀 라구나에서 열리는 제19회 아시아 여자배구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도쿄 올림픽 직행 티켓이 걸린 2019년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위해 유리한 시드 배정을 받으려면 이번 대회 4강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