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어 대회 우승조차 없는 무명
- 결승서 할레프에 2-1 역전승
- 비시드 선수로 84년 만에 정상

- 포핸드 샷 평균 시속 122㎞로
- 남녀 선수 통틀어 속도 4위
- 공격 성공 최다 횟수도 1위

17살의 나이에 세계 테니스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알프스 소녀' 마르티나 힝기스(스위스)는 1997년 테니스 4개 메이저대회 중 3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스몰 슬램'을 달성하며 최연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당시 힝기스가 아쉽게 준우승한 프랑스오픈에서 그해 태어난 '라트비아 소녀'가 20살의 나이에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새로운 역사로 떠올랐다.

우승컵에 입 맞추는 오스타펜코. AP연합뉴스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600만 유로·약 452억 원) 여자단식 결승에서 옐레나 오스타펜코(47위·라트비아)가 시모나 할레프(4위·루마니아)를 상대로 2-1(4-6, 6-4, 6-3)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012년 프로 데뷔 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 우승조차 없었지만 당당히 메이저 대회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라트비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했다.

프로축구팀에서 골키퍼로 뛴 아버지와 테니스 선수 출신인 어머니의 '스포츠 유전자'를 이어받은 오스타펜코는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에 비시드 선수로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투어 대회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에서 달성한 것도 1997년 이 대회 남자 단식 우승자 구스타보 쿠에르텐(브라질) 이후 처음이다. 오스타펜코는 역대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중 최저 랭킹 기록까지 새로 썼다.

이번 프랑스오픈은 스타 선수들의 잇따른 불참과 대회 초반 톱랭커들의 부진으로 우려를 샀다. 통산 3회 우승에 빛나는 세레나 윌리엄스(2위·미국)가 임신으로 불참했고, 마리야 샤라포바(178위·러시아)도 와일드카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오스타펜코가 연전연승으로 새바람을 일으켰다. 그의 강점은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 스타일에 있다. 이번 대회에서 치른 7경기 동안 무려 299개의 공격 성공을 기록해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다 횟수를 과시했다.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며 남자 단식 결승에 진출한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도 6경기에서 141개에 불과하다. 특히 평균 포핸드 샷 속도가 시속 122㎞로 현재 남자 세계랭킹 1위 앤디 머레이(영국·117㎞)를 앞질러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남녀 선수 중 4위에 올랐다.

패기 넘치는 경기 스타일은 할레프와 맞붙은 결승전에서도 드러났다. 오스타펜코는 완급조절 없이 경기 내내 상대를 몰아붙이며 공격 성공 54 대 8의 압도적인 공격력을 선보였다. 더블 폴트(서브 두 번 연속 실패로 실점) 등 잦은 실수만 보완하면 당분간 상대할 여자 선수가 없을 거라는 예측도 나온다.

오스타펜코는 우승 후 인터뷰에서 "잔디 코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트 가운데 하나라 3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이 기다려진다"며 욕심을 내비쳤다. 프랑스오픈이 열린 클레이코트와 달리 윔블던이 열리는 잔디 코트는 공이 바닥에 닿은 뒤에도 빠른 속도가 유지돼 강타와 공격적 성향의 오스타펜코가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히 오스타펜코는 주니어 시절이던 2014년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 옐레나 오스타펜코 역대 성적

윔블던 주니어- 단식 우승 2014년 7월

캐나다 쿠프방크 나시오날- 단식 준우승 2015년 9월

카타르 토탈오픈- 단식 준우승 2016년 2월

호주오픈- 단식 3회전 진출 2017년 1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레이디스- 복식 우승 (with 알리차 로솔스카·폴란드) 2017년 1월

미국 볼보카오픈- 단식 준우승 2017년 4월

프랑스오픈- 단식 우승 2017년 6월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