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67위·한국체대)이 또 한 번 개인 최고 기록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1일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릴 시즌 두번째 메이저대회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2회전에서 정현은 데니스 이스토민(80위·우즈베키스탄)과 맞붙는다. 정현은 지난 30일 1회전에서 샘 퀘리(28위·미국)를 3-1(6-4 3-6 6-3 6-3)로 꺾고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다. 2015년 예선 1회전, 지난해 본선 1회전 탈락했던 프랑스오픈과의 악연을 세 번째 도전만에 첫 승으로 만회한 정현은 자신의 메이저대회 첫 3회전 진출 가능성도 높였다.

　한국 선수로는 2008년 이형택 이후 9년 만에 프랑스오픈 단식 2회전 진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이전까지 2015년 US오픈과 지난해 호주오픈 등 두 차례 2회전 무대를 밟은 것이 메이저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이날 경기 후 정현은 "모든 샷에 자신감을 갖고 경기에 나서게 됐다. 상대가 누구든 관계없이 한 두 게임만 따보자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마음으로 이기는 것에 중점을 두게 된 것이 큰 변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정현의 자신감은 최근 그의 무서운 기세로 증명된다. 그가 프랑스오픈 1회전에서 물리친 퀘리는 2011년 세계 랭킹 17위까지 올랐고 투어 단식에서 9번이나 우승한 강호다. 정현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BMW오픈 4강에 오르며 개인 최고 성적을 거뒀고, 앞서 스페인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바르셀로나 오픈 본선 1회전에서 이스토민을 2-0(6-4 6-4)으로 꺾은 기세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정현을 향한 언론의 주목도 늘어났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프랑스오픈에서 주목할 선수 6명을 꼽으며 남자선수 세 명 중 한 명으로 정현을 선정했다. "클레이코트 시즌에 좋은 성적을 냈다"고 평가했고 이어 "지금은 덜 알려진 선수지만 시드를 받은 선수를 꺾을 능력을 지녔다"고 덧붙였다. 유로스포츠 독일어판도 정현을 '떠오르는 스타' 5명 가운데 하나로 꼽으며 '한국에서 온 강력한 다리'라고 소개했다. 해당 매체는 "극한에 가깝게 훈련받은 다리의 비밀은 근육에 있다. 근육은 그에게 놀라운 스피드와 폭발성을 선사했다"고 극찬했다.

　정현이 이스토민을 넘어서 3회전에 진출하면 니시코리 게이(9위·일본)과의 한-일전이 성사될 전망이다. 세계랭킹이나 역대 성적 면에서 니시코리가 월등히 앞서지만, 최근 클레이코트에서의 성적과 체력 면에서 정현이 첫 맞대결을 이변으로 몰고갈 가능성도 있다.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