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톰슨 벌타 틈타 연장서 이겨

- 6년 만에 메이저대회 정상 등극

- 투어 4승…누적상금 38만불 1위

- 시즌 평균타수도 67.94타 선두 

- 박인비·이민지 나란히 공동 3위

이번 시즌 들어 상금과 평균 타수에서 1위를 달리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의 '숨은 강자' 유소연(27·메디힐)이 메이저 대회 우승컵으로 우승 갈증까지 풀었다.

유소연이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270만 달러)에서 우승했다. 유소연은 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 컨트리클럽 다이나 쇼어 코스(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승상금 40만5000달러(약 4억5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기록해 4언더파 68타를 치며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의 성적을 올려 렉시 톰슨(22·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파5)에서 진행된 연장전에서 유소연은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톰슨을 누르고 '연못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다. 2011년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유소연은 메이저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LPGA 투어 통산으로는 2012년 제이미 파 톨리도 클래식, 2014년 8월 캐나다 여자오픈 등에 이어 4승째다.

이날 유소연의 우승에는 톰슨의 벌타가 결정적 변수가 됐다. 마지막 날 12번 홀까지 공동 2위에 3타 앞선 단독 선두를 달리던 톰슨은 전날 3라운드 17번 홀 짧은 파 퍼트를 남긴 상황에서 공을 마크했다가 다시 놓는 과정에서 원래보다 가까운 위치에 놓았다는 시청자 제보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공을 홀 쪽에 가까이 놓았다는 이유로 2벌타가 부과됐고, 또 잘못된 스코어카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2벌타가 추가됐다.

유소연은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겼으나 침착하게 칩샷으로 공을 홀 가까이 붙인 뒤 버디를 낚아 14언더파로 경기를 마쳤다. 톰슨도 '4벌타' 충격을 이겨내고 18번 홀 버디로 연장에 합류했다. 

연장에서는 톰슨의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서 러프로 향했고 유소연이 승기를 잡았다. 먼저 톰슨이 그린 가장자리에서 시도한 버디 퍼트는 짧았지만 유소연은 약 2m 내리막 퍼트에 성공하며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유소연은 4개 대회에 출전해 38만7166달러의 상금을 벌어 LPGA 투어 2017시즌 상금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평균 타수에서도 67.94타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프로 선수의 실력 척도인 상금과 평균 타수 1위를 달리며 이번 시즌 LPGA 투어 최강자의 면모를 보이던 유소연이 이번 대회에서 딱 하나 부족하던 우승 트로피까지 갖추게 됐다.

유소연은 연장전이 끝난 뒤 TV 인터뷰에서 4벌타로 발목이 잡힌 톰슨을 언급한 뒤 "너무나 불행한 상황이라서 미묘한 감정이 들지만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톰슨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서 경기 중에도 리더보드를 확인하지 않았다. 단지 골프를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유소연이 챔피언 클럽에 추가되면서 한국 선수는 이번 시즌 열린 LPGA 투어 7개 대회에서 5승째를 거뒀다. 박인비(29·KB금융그룹)와 호주교포 이민지(21),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나란히 13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양희영이 9언더파 279타로 공동 8위에 올랐다.  

이진규 기자 oce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