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오언스 (사진=연합뉴스)

그가 베를린 올림픽에서 이룬 금메달 4관왕의 기록은 이후 48년간 깨지지 않았다.

제 11회 올림픽 개최지가 베를린으로 선정되면서 히틀러는 은밀히 유대인과 유색인종의 올림픽 출전을 막으려 한다. 이러한 소문이 돌자 각국의 불참 여론이 강해지고 독일은 마지못해 평등한 올림픽을 연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우승자와 악수를 하는 것이 관례였던 당시, 미국의 제시 오언스가 금메달 4관왕의 기록을 세웠으나 히틀러는 그와 악수를 하기는커녕 슬쩍 자리를 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를 향한 차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가 귀국해 뉴욕시는 색종이 테이프를 뿌리며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후 그는 호텔로 향했으나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지 못했다. "흑인은 뒤에 있는 화물 승강기를 타라"고 말한 것이다.

이후 은퇴한 그에게 광고 출연 제의가 왔으나 "흑인이 어디 광고를 찍느냐"는 여론이 일어 광고가 취소되기도 했다고 알려져다. 뿐만 아니라 루즈벨트 대통령 역시 제시 오언스에게 축전을 보내지 않은 것은 물론 배악관 초청에서도 제외시켰다.

이는 독일의 히틀러가 오언스에게 가한 차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언스가 42세 되던 1955년,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대에 와서야 미국사회는 흑인을 사람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미국정부는 그를 친선대사로 임명해 말레이시아와 인도 그리고 필리핀을 순방케 했다. 이후 청소년 육상지도자로 여생을 보낸 애연가 오언스는 1981년 3월 31일 폐암으로 생을 마감했다. 67세 때였다.

한편 제시 오원스에게 베를린 올림픽에서 패배한 루츠롱은 진정한 스포츠맨쉽을 보여줬다.

그는 히틀러의 내빈석 앞에서 오언스의 승리를 축하하는 뜻에서 그의 어깨에 팔을 두른 채 함께 걸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을 마지막으로 오언스는 다시는 루츠를 만나지 못했다. 루츠는 나중에 독일군으로 참전했다가 시실리 전투에서 전사했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오언스는 전쟁이 끝난 뒤 직접 독일로 날아가 친구의 미망인과 아들을 위로했다.

오언스는 루츠롱을 그리워하며 "나의 모든 금메달을 녹여 만든 금색도 루츠롱과 나와의 우정만큼의 금색을 만들지 못한다"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이민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