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10회·10년 만에 100회 달성
- 100회 완주 3년 만에 200회 성공
- 입문 10년 만에 '서브3' 100회도

제18회 부산마라톤에는 뜻깊은 기록을 세운 건각이 유난히 많았다.

제18회 부산마라톤에 참가한 화제의 참가자들. 풀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1만 원씩 적립해 100만 원을 기부한 김진묵 씨, 마라톤으로 건강을 찾고 풀코스 100회 기록을 달성한 윤석삼 씨, 70세의 나이로 200회 풀코스 완주에 성공한 김복근 씨(왼쪽부터). 서정빈 기자

이번 대회 풀코스(42.195㎞)를 끝까지 달려 총 100회 완주 기록을 세운 김진묵(48·부산 수영구 망미동) 씨는 기록과 함께 쌀쌀한 날씨에 온기를 더하는 행사도 가졌다. 그는 완주할 때마다 1만 원씩을 적립해 모은 100만 원을 이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기부했다. 김 씨가 처음부터 기부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100번째 완주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결심한 지 4년 만에 완주와 기부를 함께 할 수 있었다. 김 씨는 "적은 돈이지만 크리스마스를 앞둔 아이들에게 작은 웃음이라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다음 대회부터는 적립금을 2만 원씩 모아서 풀코스 200회 완주와 함께 또 한 번 기부에 나설 계획이다.

윤석삼(58·부산 남구 용호동) 씨도 풀코스 100회 완주를 달성했다. 2005년부터 달린 윤 씨는 매년 꾸준하게 10개 이상의 대회에 출전해왔다. 그를 뛰게 한 건 건강에 대한 염려 때문이었다. "지인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운동을 안 하면 나도 저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회상한 윤 씨는 이기대 공원을 오르는 언덕을 한 달 동안 오르내렸다.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어느 순간 단숨에 달려 올라갈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느낀 쾌감은 그를 본격적인 마라톤의 길로 인도했다. 지금도 매주 두 번씩 같이 뛰는 사람들과 함께 훈련을 이어가는 윤 씨는 마라톤의 장점으로 '정직함'을 꼽았다. 윤 씨는 "다른 스포츠는 운도 좀 따라줘야 하는데, 마라톤은 내가 시간을 투자하고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며 "무작정 덤벼서도 안 되지만 준비만 잘한다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추천했다.

이들보다 두 배의 기록을 세운 달리미도 나왔다. 김복근(70·경남 양산시 물금읍) 씨는 15회 부산마라톤에서 100회 완주 기록을 세운 지 3년 만에 풀코스 200회 완주에 성공했다. 총거리 100㎞ 이상을 달리는 울트라 마라톤도 100회 이상 완주한 김 씨는 이전에는 등산을 즐겨 했지만,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져 2002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등산은 다니다 보면 이것저것 많이 먹게 돼 오히려 살이 쪘다. 마라톤은 술을 줄이고 음식도 조절하지 않으면 뛸 수가 없어서 자제한다"고 말했다. 몸무게 78㎏에 허리 사이즈 38인치이던 그의 몸은 이제 65㎏에 30인치로 변했다. 전국의 마라톤 대회를 다닌 김 씨는 부산 지역에서 열리는 유일한 풀코스 대회에 대한 애정이 컸다. "다른 지역에서는 안 그런데 부산에서는 교통 통제 문제 등으로 지역민들이 불만을 가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 1년에 한두 번 하는 대회인데 잘 협조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풀코스 완주보다 어렵다는 서브3(풀코스 3시간 이내 완주)를 100회 달성한 김주은(49·경남 김해시 구산동) 씨는 2006년 마라톤을 시작해 10년 만에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이 삶의 활력을 준다는 김 씨의 다음 목표는 개인적으로 75회까지 다다른 249(2시간50분 내 풀코스 완주) 100회 기록이다. 대회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묻자 '별다를 것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다른 사람들은 며칠 앞두고 육류 위주로 섭취하고 탄수화물도 집중적으로 섭취한다고 하더라. 평소에 훈련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5일 정도 훈련하면서 100㎞가량을 뛰는데 김해천문대를 오르는 능선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