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풀기 위한 1차 관문인 월드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23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 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6차전에서 컵스가 LA 다저스에 5-0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우승한 컵스는, 지난 20일 월드 시리즈 무대에 선착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7전 4승제의 마지막 대결을 벌이게 된다.
승부는 1회부터 기울었다. 연속 안타와 상대 실책, 희생 플라이를 묶어 2점을 선취한 컵스는 2회에도 추가 득점하며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갔다. 신인 포수 윌슨 콘트레라스는 데뷔 첫 타석 초구 홈런을 기록했던 기운으로 4회 솔로포를 가동했다. 5회 1루수 앤서니 리조의 1점 홈런까지 더해 5-0으로 앞서나간 컵스는 8회 등판한 마무리 아롤디스 채프먼이 무실점으로 경기를 끝냈다.

시리즈에서 남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만 내주면 탈락인 팀의 운명을 지고 등판한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는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그는 5회까지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홈런 두 개 포함 7피안타 5실점 하며 패전의 멍에를 안았다. 컵스 선발 카일 헨드릭스는 7과 1/3이닝 동안 안타 2개만을 내주며 삼진 6개로 다저스 타선을 잠재웠다.

이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는 홈팬들의 열기로 가득 찼다. 입장하지 못한 팬들이 경기장 입구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지켜보며 응원을 보냈다. 중계화면에는 승리를 의미하는 'W' 깃발이 곳곳에 걸린 시내 모습과 저주와 커쇼를 모두 이겨내겠다는 문구의 펼침막이 잡히기도 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은 월드 시리즈 진출 경험이 있는 MLB 팀 중 가장 오랜 기간 우승이 없는 1위와 2위 팀 간 맞대결로 마지막을 장식한다. 가장 최근에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던 1945년 4차전 홈경기에 염소를 데리고 입장하려다 제지당한 팬이 "다시는 이곳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악담한 이후 '염소의 저주'에 걸려 우승은커녕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던 컵스는 1908년이 마지막 우승이다. 클리블랜드 역시 팀 로고인 인디언 '와후 추장'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에 시달린 후 무관에 그쳤고 가장 최근에 우승컵을 들어 올린 해가 1948년이다.

두 팀 중 한 팀이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깨고 동시에 저주를 풀 월드시리즈는 오는 26일 1차전을 맞는다. 배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