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송승준 등 통 큰 투자 불구
- 팀 성적 나빠 큰돈 쓸 명분 잃어
- 롯데 "잔류 입장 속 무리 않을것"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황재균 딜레마에 빠졌다.

황재균

올해 롯데 4번타자로 최고의 활약을 펼친 황재균이 다음 달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온다. 황재균은 올 시즌 타율 0.355에 27홈런 113타점으로 롯데 핵심 타자로 자리 잡았다. 특히 황재균은 빠른 발로 도루 25개를 기록하며 롯데에서 국내 선수로는 최초로 20-20클럽에 가입했다. 지난해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의 20-20 달성에 이어 롯데에서는 두 번째다.

올해 스토브리그가 열리기 전부터 황재균은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와 함께 FA시장에 나오는 타자 중 최대어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해 NC 다이노스가 FA 시장에 나온 당시 삼성 3루수 박석민과 계약 기간 4년, 96억 원에 계약했다. 2015시즌 박석민은 타율 0.321에 26홈런 116타점으로 활약했다. 황재균과 박석민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주루 능력까지 갖춘 황재균의 몸값은 박석민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야구계 안팎에서 최소 100억 원 이상은 줘야 할 것이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해 FA 시장에서 138억 원의 통 큰 투자를 했던 롯데는 올해 8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프로야구 구단 중 한화 이글스에 이어 롯데는 두 번째로 많은 돈을 썼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롯데 입장에서 다시 대규모 투자로 올해 황재균을 잔류시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FA 투자가 개인 성적이 아닌 팀 성적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면 굳이 큰돈을 쓸 이유가 없다. 롯데가 그룹 내부로부터 지난해처럼 투자금을 다시 받아낼 명분도 적다. 차라리 적은 돈으로 어린 선수 육성, 기존 백업 선수의 성장 등에 투자를 고려해 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황재균을 다른 구단에 보내게 되면 당장 내년 시즌에 3루를 맡을 자원이 없다. 롯데가 황재균을 놓고 딜레마에 빠지는 지점이다. 올해 황재균을 대신해 3루를 봤던 손용석, 이여상, 김동한, 김대륙 등은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사실상 이여상, 김동한, 김대륙 등은 3루보다 유격수, 2루수 백업으로 더 자주 출장해왔다. 당장 대안으로 꼽히는 손용석은 올 시즌 51경기 출장해 타율 0.244에 그쳤다.

올해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규약이 바뀌는 점은 변수다. FA 승인 선수 공시 후 7일간 원소속 구단과의 우선협상이 올해부터 폐지된다. 이런 점을 롯데 구단도 주시하고 있다.

롯데는 황재균을 잔류시킨다는 기본방침을 세웠다. 다만 지난해 FA로 송승준을 잔류시킬 때처럼 확고한 입장은 아니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일단은 주변 상황을 자세히 살피면서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올해 스토브리그를 앞두고 롯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