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8년 US오픈서 투혼의 정상
- 골프 감독으로 나섰던 올림픽
- 박인비 우승에 선수들과 눈물

박세리는 20년 가까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뛰면서 국민에게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그가 우승할 때마다 국민의 눈은 TV로 쏠렸고 공이 홀컵에 들러갈 때는 다 함께 숨을 죽였다. 여러 차례 인상적인 장면을 남겼지만, 그중에서도 박세리를 이야기할 때 빠트리지 않고 떠올리는 장면이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1998년 LPGA 데뷔 첫해 두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린 US여자오픈에서 보여준 '맨발의 투혼'이다. 온 국민에게 이후로도 변하지 않을 박세리의 이미지를 심어준 장면으로 이때 박세리는 제니 추아시리폰(태국)과 5일에 걸쳐 92개 홀을 도는 '마라톤 승부' 끝에 정상에 올랐다.

맨발 투혼은 연장전에서 나왔다. 18번 홀(파4)에서 티샷이 휘어지며 페어웨이 왼쪽 연못으로 날아갔다. 공이 연못 턱에 걸리자 다음 샷을 고민하던 박세리는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 트러블 샷을 구사했고, 기어코 보기로 틀어막았다. 연장 18번 홀 샷 장면에서 검게 탄 얼굴과 종아리와 대비되는 하얀 발은 전 세계 골프팬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IMF 사태로 시름하던 한국 사회도 박세리의 투혼에 다시 희망을 품게 됐다. 맨발 샷 이후 국내에는 골프 붐이 일었고 박인비(28)와 신지애(28), 최나연(29) 등 '세리 키즈'로 불리는 세대가 한국 골프계와 나아가 세계 무대에 잇달아 등장했다.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박세리에게도 이때의 샷은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그는 "US여자오픈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당시 연못 샷은 내 인생 최고의 샷"이라고 말했다.

'맨발 샷'이 박세리 골프 인생 초창기의 명장면이라면 지난 8월 열렸던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서 감독으로 나선 박세리가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눈물을 흘린 모습도 국민에게 큰 감동을 줬다. 올림픽에는 이전과 달리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참여했지만, 후배들은 그에게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표시했다.

박인비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그는 선수들을 포옹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박인비와 양희영 김세영 전인지 등 4명을 이끌고 여자대표팀 감독으로 나섰던 그는 "태극마크가 자랑스러웠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그는 박인비의 우승 당시를 "내가 금메달을 딴 것보다 더 좋았다. 그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이진규 기자

◇ 박세리 LPGA투어 우승 일지   승수 대회 2010년 1승 벨 마이크로 클래식 우승 2007년 1승 제이미 파 오웬스 코닝클래식 우승 2006년 1승  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 ★ 2004년 1승 미켈럽울트라오픈 우승 2003년  3승 칙필A 채리티 챔피언십 우승     세이프웨이핑 우승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2002년 5승 스포츠투데이 CJ나인브릿지클래식 우승     모바일 LPGA 토너먼트 우승     퍼스트 유니온 벳지킹클래식 우승     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 ★     오피스디포 챔피언십 우승 2001년 5승 유어라이브 비타민스클래식 우승     롱스드럭스 챌린지 우승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브리티시 여자오픈 우승 ★     AFLAC 챔피언스 우승 1999년 4승 페이지넷 챔피언십 우승     삼성 월드챔피언십 우승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숍라이트클래식 우승 1998년 4승 자이언트 이글 클래식 우승     US여자오픈 우승 ★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 우승     맥도널드 챔피언십 우승 ★ ★=메이저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