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도 느낌 좋아 도전해 볼만"

- 손가락 부상에도 전훈서 구슬땀
- 조성민 대신 어린 선수들 독려
- 토종 포워드 자존심 회복 각오

부산 kt '맏형' 박상오(35)가 최고참으로 주장 조성민 대신 전지훈련에서 팀을 이끌고 있다.

부산 kt 박상오가 왼쪽 손가락을 부목으로 고정한 채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장에서 슈팅 연습을 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박상오에 대한 조동현 kt 감독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박상오의 인터뷰를 앞두고 조 감독이 인터뷰 자리에 슬그머니 동석했다. 조 감독은 '올해 kt 어떨 것 같아요?'라고 장난스레 질문을 던졌다. 박상오는 망설임 없이 3위 안에는 들 것 같다고 대답했다.

박상오는 조 감독과 구단의 신임을 받으며 선수를 이끌고 있다. 이번 전지훈련에는 주장 조성민이 국가대표 차출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전지훈련 하루를 앞두고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을 당해 웨이트 훈련 밖에 하지 못하는 박상오도 전지훈련에 오지 못 할 뻔했다. 박상오도 대체 선수를 전지 훈련장으로 보내기 위해 한국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구단은 12명의 전지훈련 명단에 다른 선수를 제외하면서까지 박상오를 넣었다. 그만큼 박상오가 팀에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전지훈련 동안 제대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지만 박상오는 슈팅 연습, 연습 경기 등에서 어린 선수를 독려했다.

그가 올 시즌 3위를 말한 것은 순전히 느낌이다. 하지만 프로생활 10년 이상을 해온 박상오는 이 느낌을 이미 경험했다. 2009-2010시즌이 대표적이다. 당시 외국인 선수로 제스퍼 존슨이 왔다. 구단 내부에서 대부분 뚱뚱한 존슨에 대해 시즌 중 낙마하지 않겠느냐는 평가를 내놨다. 하지만 박상오는 존슨의 합류가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존손의 활약으로 2008-2009시즌 꼴찌였던 kt는 2009-2010시즌에 2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현재 팀 분위기에 대해 그는 아주 좋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 조 감독이 처음 왔을 때에는 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조 감독은 새벽 운동이란 규율로 강하게 선수들을 이끌어왔다. 박상오를 비롯한 kt 선수들은 이제 강한 훈련에 대해 익숙해졌다. 1년이 지나니 모두 강도 높은 훈련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올해 새벽 운동에는 지원자만 참석하지만 정해진 규율 내에서 kt 선수들은 자발적으로 운동하는 버릇을 가지게 됐다.

맏형으로서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주저 없이 조 감독의 '솔선수범'을 꼽았다. 선수 시절부터 솔선수범했던 조 감독은 지금까지 선수단에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끝난 프로아마 최강전을 앞두고 kt는 혹독한 4주 훈련을 소화했다. 조 감독은 전날 공적인 약속으로 음주하더라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훈련에 참석했다. 이런 모습을 본 박상오는 웃으며 "한 번쯤 쉬셔도 됐는데…"라며 "솔선수범하는 조 감독의 모습을 보며 조성민과 내가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상오는 올 시즌 토종 포워드로서 자존심을 꼭 지켜낼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는 "팀에서나 리그에서 뒤처지면 자존심이 많이 상한다"면서 "토종 포워드로 다른 선수들에게 절대 밀리지 않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일본 오키나와=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