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1975년 조 프레이저와의 경기에서 펀치를 적중시키는 알리. AP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파킨슨병으로 사망한 무하마드 알리는 복싱의 판도와 테크닉을 완전히 바꾼 선수였다. 주먹이 압도적이지 않지만 현란한 풋워크와 스피드로 상대를 압도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는 그의 어록은 그의 복싱 스타일을 웅변한다. 그는 또한 숱한 명경기를 남겼다.

1960년 로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알리는 미국의 인종차별에 치를 떨며 금메달을 강물에 집어 던지고 프로로 전향한다. 그는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출신인 아치 무어로부터 훈련을 받는다. 둘은 1962년 11월 15일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에서 맞대결도 펼쳤다.

당시 알리는 신출내기였고 무어는 만 48세의 노장이었다. 알리는 대기실에 "무어를 4회에 KO 시킨다"고 적은 글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알리는 1964년 2월 25일 마이애미비치 컨벤션 홀에서 WBA·WBC 통합 챔피언이자 핵주먹으로 유명했던 소니 리스턴과 맞붙였다. 경기를 앞두고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겠다고 했다. 알리는 '알리 스텝'이라고 불리는 현란한 발놀림으로 리스턴의 강펀치를 피하면서 펀치를 벌처럼 쐈다.

결국 리스턴이 눈이 부어 더는 싸울 수 없게 되자 알리는 7회 TKO승으로 챔피언에 오른다. 당시 "내가 최고다!(I am the greatest!)"라는 말도 남긴다.

1967년 알리가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하자 챔피언 벨트는 물론 프로 복싱 선수 자격도 빼앗긴다. 1974년 10월 30일 알리는 WBC·WBA 챔피언 조지 포먼과 자이르(현 콩고 민주공화국) 킨샤샤에서 맞붙었다. 역대 최강의 주먹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24세의 포먼과 32세 알리의 대결은 빅매치였다.

도박사들은 다들 포먼의 승리를 점쳤다. 알리는 8라운드까지 로프를 등지고 포먼의 주먹세례를 참고 견디기만 했다. 빈틈만을 엿보던 알리는 8라운드 종료 직전 기습적인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포먼 얼굴에 적중시키더니 나비처럼 코너에서 빠져나와 전광석화 같은 주먹을 날려 KO 승을 따냈다. 지금까지도 '킨샤샤의 기적'이라고 회자하는 복싱 역사에 남을 명장면이다.

조 프레이조는 1975년 10월 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알리와의 경기를 앞두고 "신이시여, 저 녀석을 때려눕힐 힘과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라고 기도했다. 1971년 3월 8일 열린 둘의 1차전은 15라운드까지 가는 혈투였다. 도전자 알리는 15라운드에서 챔피언 프레이저의 왼손 훅에 맞고 판정패한다.

알리의 생애 첫 패배였다. 1974년 둘의 2차전은 판정 논란 속에 알리가 승리를 거뒀다. 1975년 '세기의 경기'로 불린 두 선수의 3차전에서 알리가 14라운드 TKO 승리를 거둔다. 프레이저는 눈이 부어 앞이 보이지 않는데도 알리의 주먹을 견뎠다. 알리 역시 체력이 다소진 돼 간신히 버텼다.

알리는 프레이저를 두고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전사다. 나 다음으로"라고 말했다. 이들의 혈전은 2008년 '스릴러 인 마닐라(Thrilla in Manila)라는 이름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까지 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