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료들도 함성 지르며 축하 세례
- 현지 언론 "올 시즌 강력한 스윙"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어렵게 잡은 기회를 완벽하게 살리고 있다. 최근 꾸준히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김현수는 그동안의 울분을 터뜨리듯 6경기 연속 출루를 기록하더니 장타력까지 과시했다.

'한국산 타격 기계' 김현수가 마침내 메이저리그 첫 홈런을 작렬하며 주전 굳히기에 돌입했다. 김현수는 3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미국 메이저리그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방문경기에서 4-4로 맞선 7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불펜 제프 맨십의 5구째 시속 148㎞(92마일) 투심 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이 홈런은 이날 경기의 결승타가 됐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17번째 경기에서 첫 홈런을 쳐냈다. 그는 KBO리그 시절 두산 베어스 소속으로 10시즌 동안 142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김현수는 올 시즌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미국프로야구에 직행했다. 하지만 김현수가 시범경기에서 극도로 부진하자, 구단은 등을 돌렸다. 벅 쇼월터 감독과 댄 듀켓 단장이 나서 김현수에게 마이너리그행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현수는 4월 11일에야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제한된 기회 속에서도 김현수는 최선을 다했고, 전환점을 마련했다.

11일 만에 선발 출전한 지난 26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서 김현수는 2루타 2개를 포함해 3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이 경기를 포함해 김현수는 5경기 연속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매 경기 출루하며 기대에 부응하던 김현수는 30일 클리블랜드전에서 결승 홈런까지 쳐냈다. 쇼월터 감독은 지난 29일 "나는 바보가 아니다. 4할 타자를 라인업에서 뺄 이유가 없다"고 심경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솔로포를 터뜨린 김현수가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동료들은 모르는 척하는 장난을 치다가 한순간 함성을 지르고 하이파이브를 치며 크게 환영했다. 쇼월터 감독은 뚜벅뚜벅 걸어와서 김현수에게 악수를 청했다.

김현수의 홈런을 현지 언론도 크게 반겼다. 볼티모어 지역방송 MASN은 이날 김현수의 첫 홈런 기사에서 "이제 그를 '킴콩(Kim Kong)'이라고 불러도 된다"며 한껏 치켜세웠다. '킴콩'은 김현수 영문 성(Kim)과 '킹콩'(King Kong)을 합성해 만든 말이다. 볼티모어 선은 "김현수의 파워는 스프링 트레이닝 때부터 꾸준히 발전했는데, 이날 스윙은 의심의 여지 없이 올 시즌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수는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있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현수는 주전에서 밀렸을 때 심정을 묻는 말에 "벤치에 있을 때도 자신감 충만했고, 지금도 자신 있게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