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첫 84타 치며 최하위 그쳐
- 손가락 부상 극복 못하고 짐 싸
- 부진 장기화 올림픽 전망 '흐림'

미국 미시간 주 앤아버의 트래비스 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6709야드) 10번 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볼빅 챔피언십(총상금 130만 달러)에 출전한 박인비(28·KB금융그룹)가 티박스에 섰다. 전반 9홀에서 3타를 까먹은 그는 파4인 이 홀에서 드라이버로 티샷을 했지만 '아웃 오브 바운스'(OB)가 됐다. 호흡을 고르고 다시 3번 우드로 티샷을 날렸지만 또 경계선을 넘어가고 말았다. 멘붕에 빠진 박인비는 결국 이 홀에서 5타를 잃으며 무너졌다.

'골프여제'가 흔들린다. 박인비는 27일(한국시간) 열린 대회 1라운드에서 12오버파 84타라는 최악의 스코어카드를 적어냈다. 버디는 3개 잡았지만, 보기를 무려 8개나 쏟아내고 더블보기 1개에 퀸튜플보기(5오버)도 1개를 기록했다. 박인비는 2009년 6월 웨그먼스 LPGA 4라운드에서는 9오버파 81타, 지난 1월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7오버파 80타를 친 적이 있지만 84타는 처음이다.

왼쪽 엄지손가락 통증을 안고 이번 대회에 출전한 박인비는 출전 선수 중 최하위에 그친 뒤 1라운드를 끝내고 결국 기권했다.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않고 출전을 강행했으나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올들어 출전한 9개 대회 중 3번째 기권이다. 올해에는 지난 3월 KIA 클래식 준우승이 시즌 최고 성적으로, 아직 우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스스로 시즌 초반 부진한 '슬로 스타터'라고 하지만, 무엇보다 잦은 부상이 애를 먹이고 있다.

그는 1라운드를 마친 후 "최근 원하는 스윙이나 하려는 동작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홀에서 무기력한 느낌을 받아 자신감을 잃게 될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의 부상 상태에서 더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의사의 말을 듣고 출전하게 됐고, 지난 대회에서 라운드를 끝내지 못하고 기권한 게 마음에 걸려 오늘은 최대한 경기를 마무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8월 열리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온다.

세계랭킹에서도 지난해 말 11.54포인트로 1위 리디아 고(11.78)에 근접했지만, 올 시즌 부진으로 8.81포인트로 처지면서 리디아 고(13.29)와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3위 렉시 톰프슨(7.74)에 쫓기는 처지가 됐다. 그래도 아직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올림픽 출전은 가능하나, 문제는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에서 기권했지만, 6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 출전하면 LPGA 명예의 전당 가입 요건을 충족할 수 있게 된다. 올해 10개 대회를 채워야 하는데 기권을 하더라도 대회 출전 수에는 포함되기 때문이다.

안인석 기자 dol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