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런 연고도 없이 부산 내려와
-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응원 단장
- '아재'들에 혼쭐난 뒤 이 악물어

- 응원가·율동 끊임없이 개발하고
- 팬들 의견 적극 반영해 대중화
- 11년째 들어선 올해 목표는 '초심'

부산 야구팬 사이에 '응원'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사직야구장의 응원 단상을 누빈 지 11년째인 조지훈 롯데 응원단장이다.

2006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일이 조 단장의 인생을 바꿨다. 대학 시절 학교응원단에서 활동한 그는 군 제대 후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롯데 응원 단상에 올랐다. 응원만큼은 잘한다는 소리를 곧잘 들었던 조 단장은 쉽게 생각했다. 그해 조 단장은 '부산갈매기'의 질타에 시달려야 했다. '롯데 응원단장인데 부산 사투리 대신 서울말을 쓴다' '전 단장보다 별로다'라는 이런저런 비아냥을 들었다. 조 단장은 이를 악물고 열심히 응원을 개발했다.

그에게 힘이 된 것은 부산 팬들이 보여준 야구에 대한 열정이었다. 2006시즌 정규리그 7위를 기록한 롯데는 그해 지는 경기가 많았다. 하루는 롯데가 큰 점수 차로 지고 있는 경기가 있었다. 그때 롯데 내야수들이 평범한 내야 땅볼을 병살타로 처리해냈다. 그 순간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환호성이 이어졌다. 조 단장은 작은 플레이라도 환호하는 부산 야구팬들의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그들의 야구 사랑에 뭐라도 보답하기 위해 자신이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조 단장은 선수들의 응원가부터 시작해서 관중들이 야구장에서 쉽고 재미있게 따라 할 수 있는 응원들을 직접 개발했다. 2008시즌 제리 로이스터 감독 부임 이후 팀 성적이 좋아지면서 조 단장의 응원도 주목을 받았다. 야구장에서 펼쳐지는 응원이 하나의 콘텐츠가 됐다.

응원가와 관련해 조 단장은 팬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의 응원가 개발 과정이다. 조 단장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아두치 응원가에 대해 적은 글을 읽었다. 만화영화 두치와 뿌꾸의 OST를 아두치의 응원가로 하자는 글이었다. 조 단장도 무릎을 쳤다. 두치와 뿌구를 돌려보며 나오는 동작들을 관중들이 야구장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게 변형했다. 아두치의 응원가는 이렇게 탄생했다.

10년 동안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적으로 힘들 법도 하지만 조 단장의 롯데 야구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는 체력 보강을 위해 따로 하는 것은 없다. 경기 내내 목을 많이 사용하기에 물을 자주 마신다. 목 관리를 위해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봤지만 물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조 단장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응원 단상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시즌을 앞두고도 새로운 응원가도 준비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이창원 사장은 조 단장에게 가수 전철이 부른 '해운대 연가'를 응원가로 추천했다. 조 단장은 이 노래를 가지고 올 시즌 새로운 응원을 준비하고 있다. '부산 갈매기'나 '돌아와요 부산항에' 같은 응원가처럼 떼창으로 사직야구장에 온 부산 야구팬 모두가 부를 수 있게 계획하고 있다.

부산에 아무런 연고도 없던 조 단장은 부산서 가정을 꾸리고 집도 장만해 정착했다. 7년째 작은 기획사도 운영하고 있다. 부산은 조 단장에게 기회를 준 곳이었다. 올 시즌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조 단장은 "지금까지 롯데와 함께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면서 "앞으로 응원단장을 할 수 있는 날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선을 다해 응원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