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풀코스 남자 1위-최진수 씨
- "서울서 밤차로 새벽 도착…대회 진행 깔끔"
제17회 부산마라톤대회 풀코스 남자부 영예의 1위는 2시간45분19초를 기록한 '야근 마라토너' 최진수(46·서울 강동구) 씨가 차지했다.
최 씨는 지난 7일 밤 11시30분 서울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왔다. 그가 사상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4시. 최 씨는 인근 찜질방을 찾아 1시간가량 눈을 붙인 뒤, 바로 대회에 출전했다.
서울의 한 제조업체에서 회계일을 하는 최 씨가 새벽에 도착한 이유는 그 전날 직장 야유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마라톤대회를 하루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술은 입에 대지 않았다. "등수에 연연하지 않고 평소대로 개인 기록에 초점을 맞춰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컨디션이 썩 좋지는 않아서 1등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의외의 결과가 나와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체력적인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최 씨는 자신만의 전략을 마련했다. 초반에는 체력을 아끼고, 후반에 속도를 올리는 작전을 폈다. 초반 30㎞는 천천히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레이스를 펼쳤다. 선두그룹과 700m 정도 뒤처졌다. 32㎞ 지점부터 스퍼트하면서 한 명씩 따라잡았다.
최 씨는 "비가 내렸지만, 날씨가 춥지 않아 체온이 떨어지진 않았다"면서 "대도시에서 열렸지만, 교통 통제가 깔끔하게 잘된 부분이 좋은 인상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 풀코스 여자 1위-권순희 씨
- "3연패 영광은 친구들의 열렬한 응원 덕분"
제17회 부산마라톤대회 여자 풀코스 부문은 '단골 우승자' 권순희(43·사상구 모라동) 씨가 차지했다. 권 씨는 부산마라톤대회 최고의 '철각'이다. 2008·2009년, 2013·2014년 여자부 우승을 거머쥐었다. 올해 우승을 포함하면, 총 5번이나 정상을 차지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권 씨는 '부산마라톤 3연패'의 영광을 친구들에게 돌렸다. 이날 권 씨를 응원하기 위해 권 씨의 고향 친구 2명이 대회장을 찾았다.
권 씨는 "친구들이 오래 기다릴까 봐 좀 서둘러 뛰었다"며 "이번 우승은 나를 열렬히 응원해준 친구들 덕분이다"고 말했다. 이날 권 씨의 기록은 2시간59분47초였다.
권 씨는 부산지역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2010년에는 마라톤 도중 고관절을 다치기도 했다. 2010년과 2011년은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
권 씨는 "그 동안 너무 많이 뛰는 바람에 고관절에 부상을 입었다"며 "올해는 컨디션이 좀 제대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권 씨에게 마라톤은 일종의 여행이다. 마라톤도 하고, 국내 여러 지역을 여행 다니는 재미에 마라톤을 그만둘 수 없다. 권 씨는 "우승 10번 채울 때까지는 부산마라톤대회를 안 떠날 것"이라며 "환갑까지 쉬지 않고 마라톤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하프코스 남자 1위- 진보성 씨
- "7개월 만에 기록 8분 이상 앞당겨 기뻐요"
하프코스 남자 1위 진보성(37·기장군 정관면) 씨는 13년간 검도를 한 공인 4단의 '검객 마라토너'다. 지난 4월 부산하프마라톤대회에서 1시간25분2초의 기록으로 5위를 차지했던 진 씨는 이번 대회에서는 1시간16분20초를 기록하며 1위로 골인했다. 불과 7개월 만의 대회에서 비 때문에 운동화가 젖고 시야가 좁아진 가운데서도 기록을 8분42초나 앞당겼다. 그는 "2위를 차지했던 선수와 경쟁하며 뛰다 보니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며 기록 단축의 배경을 밝혔다.
뛰는 걸 좋아했던 진 씨는 2007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하지만 마라톤을 시작한 지 1년 만인 2008년, 결혼하면서 마라톤을 그만뒀다. 그는 "결혼 후 돈도 벌어야 했고 아이들과도 놀아줘야 했기 때문에 마라톤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5년간 운동을 쉬었던 진 씨는 망가져 가는 몸을 다잡기 위해 2013년 운동화 끈을 다시 졸라맸다. 그는 "아이들이 잠든 새벽 시간에 매일 10㎞를 뛰면서 훈련했다. 처음에 반대하던 아내도 지금은 적극적으로 응원해 주고 있다"며 웃었다.
진 씨는 "6살 아들과 4살 딸이 달리는 걸 좋아하는데 특히 아들 녀석은 '크면 마라톤을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라며 "오늘은 비가 와서 데리고 오지 않았는데 다음 대회에는 아이들과 꼭 함께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 하프코스 여자 1위-홍서린 씨
- "고향서 바닷바람 맞으며 뛰니 기분 더 좋아 "
"햇볕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더 즐거운 대회였던 것 같아요."
큰 키에 긴 다리로 성큼성큼 달려와 결승 테이프를 처음으로 끊은 홍서린(36·인천 서구 불로동) 씨는 활발한 말투로 비가 온 가운데 치러진 제17회 부산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소감을 밝혔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홍 씨는 "친정이 부산이라 바다가 익숙하다"며 "바닷바람을 맞으며 일자로 시원하게 뻗은 아스팔트 주로를 뛰는 것을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1시간28분5초의 기록으로 하프코스 여자 1위를 차지한 홍 씨는 전국적 명성의 마라토너다. 2005년 친구의 권유로 마라톤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수집한 풀코스 우승 메달만 10여 개에 달한다. 그는 지난 1일 중앙서울마라톤에서도 풀코스 우승을 차지했다. 홍 씨는 "지난주 풀코스를 뛰었기 때문에 이번 주는 체력 안배 차원으로 하프코스에 출전했다"며 "다음 대회에는 꼭 풀코스 우승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씨는 평소 남편과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하며 마라톤을 즐긴다. 그는 "혼자 하는 분들은 배우자가 주말 마라톤을 말리는 경우도 많은데, 우리는 거의 매 주말을 함께하고 있다"며 "페이스가 비슷해 운동하는 데도 서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 씨는 "이번 대회는 남편의 직장일 때문에 함께 참가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