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국체전 육상에서 동반 금메달을 딴 한두현(왼쪽) 한세현 쌍둥이 형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부산의 육상 대표 한두현, 한세현(이상 부산대3) 쌍둥이 형제가 제96회 전국체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육상에서 쌍둥이 금메달리스트가 나온 것은 전국체전 사상 처음이다.

한세현은 19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대회 육상 400m 허들 결선에서 51.51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지난해 전국체전 동메달리스트인 그는 지난 5월 종별선수권에서 대회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승승장구했고 이번 우승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한세현은 "우승해 기쁘지만 대회신기록을 세우지 못해 조금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개인 최고 기록은 51.17초이며 대회기록은 51.03초다.

동생이 염원했던 대회신기록은 1분 먼저 태어난 형 한두현이 대신 작성했다. 한두현은 지난 18일 대학·일반부 통합으로 치러진 육상 장대높이뛰기에서 5m51㎝로 금메달을 따냈다. 인천 아시안게임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2위 진민섭(상무)에 31㎝나 앞선 기록이다.

한두현은 "진민섭 선배라는 큰 벽이 있어 주위에서는 금메달을 따지 못할 것으로 봤지만, 연습 때 5m60~5m65㎝로 기록이 좋아 자신감이 있었다. 동생과 함께 금메달을 따서 기쁨이 두 배가 됐다"고 말했다.

두 선수는 부산 반여초등학교 3학년 때 육상에 입문했다. 먼저 육상을 시작한 누나의 권유가 계기였다. 하지만 두 선수는 초등학교 졸업 뒤 육상을 그만뒀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고 운동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여중 2학년 때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이 아깝다"는 학교 선생님의 권유로 다시 육상을 시작했다. 그 이후 신순철 전 부산대 사대부고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부산대 진학 후에는 제기홍 코치의 지도로 대학랭킹 1위를 다툴정도로 기량이 급성장했다. 

"어릴 때 동생과 자주 싸웠는데, 지금은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됐다"는 한두현은 "서로 끌어주면서 열심히 하다 보니 실력이 빨리 느는 것 같다. 쌍둥이 금메달리스트가 된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세현은 "형은 고2 때 처음으로 국가대표가 됐고, 지금도 국가대표 선수다. 나도 더 열심히 해서 육상 최초의 쌍둥이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게 꿈이다"고 말했다.

강릉=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