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민(왼쪽), 박세웅

- 오승택 장타 갖춘 내야수 안착
- 안중열, 백업포수 역할 충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에게 8위는 아픈 기억이다. 롯데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암흑기'를 보내면서 4시즌 연속 최하위인 8위에 그쳤다. 7년간 순위가 '8888577'이어서 '무슨 비밀번호냐'는 비아냥거림도 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희망적인 의미를 조금은 부여할 수 있다. 예년과 다르게 '젊은 피' 수혈이 많이 이뤄진 까닭이다.

롯데 이종운 감독은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시행착오가 많았다. 팬 여러분에게 죄송한 마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에 나올 수 있는 투수들을 발굴한 것은 수확이라고 자평했다.

지난해까지 롯데 불펜의 주축은 강영식 정대현 이명우 김승회 김성배 등 30대 초·중반 선수였다. 이들 모두 건재하지만 평균 연령이 높아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그래도 올해는 이들의 비중이 많이 줄었다. 지난해 '마무리'를 맡다가 올해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김승회만 56이닝에서 75이닝으로 늘었을 뿐 나머지는 소화 이닝이 줄었다.

대신 20대 젊은 투수들이 그 공백을 메웠다. 특히 두드러진 선수는 홍성민이다. 지난해 14경기에 나와 36이닝을 던져 성장 가능성을 보였던 홍성민은 올해 67경기에서 82이닝을 던져 주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평균자책점도 4.75에서 3.95로 낮췄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선발한 김원중은 올해 1군 무대에 데뷔했지만 리그 정상급 타자들을 상대로 과감한 승부를 펼치면서 연착륙에 성공했다.

시즌 초 kt 위즈와의 트레이드로 데려온 박세웅은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되는 모습을 보여줘 롯데의 선발 자원 부족을 해결할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이성민은 경기 중 'SNS 사용'으로 징계를 받는 등 시련을 겪었지만 순수 불펜 투수 중 홍성민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이닝(72.2)을 던졌다.

야수 쪽에서는 오승택이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하며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냈다. 특히 지난 5월 23일 LG 트윈스전에서 홈런 3개를 때려내는 등 시즌 타율 0.275에 홈런 8개를 기록해 장타력을 갖춘 내야수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다만 약점인 수비에서 송구 능력을 어떻게 보완하느냐가 관건이다. 오승택은 올 시즌 11개의 실책을 범해 이 부문 공동 17위에 올라있다. 실책 수는 내야수 문규현과 같지만 소화 이닝 수가 훨씬 적다 보니 수비율이 0.936로 문규현의 0.973에 크게 떨어졌다.

박세웅 이성민 등과 함께 트레이드로 롯데에 입단한 신인 포수 안중열은 강민호의 백업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트레이드 당시 어느 팀에 가든 주전 포수라는 평을 듣던 장성우를 kt에 내준 탓에 강민호의 체력 고갈이 걱정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안중열이 비교적 안정된 수비와 타격을 선보이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산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올 시즌 롯데는 젊은 선수를 많이 기용했는데 홍성민을 제외하고는 주축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면서 "하지만 수 년간 유망주 부문에서 '씨가 말랐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에 비하면 올해 새 얼굴이 많이 나타난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