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들이 주목받아야죠. 저는 조연 역할에 충실히 하려고 합니다."

최근 최고의 타격감을 보이는 이우민에게 "잘 치고 있는데 팀이 지는 바람에 주목을 받지 못해 아쉽다"고 말하자 돌아온 대답이다. 지극히 이우민다웠지만 조금은 마음 아픈 대답이었다. '부산갈매기'에게 이우민은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수비 실력에 비해 성장하지 못한 타격 능력 탓에 빛을 보지 못하는 선수' '야구가 좀 될 만하면 부상으로 좌절하는 선수'로 기억된다. 언제나 기대를 해왔지만 결국은 실망과 안타까움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것이 벌써 10년이 다 돼 간다.

이 때문에 "이제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이우민이 안타를 연달아 치기라도 하면 기대감으로 다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롯데 팬이 한둘이 아니다. 그런 이우민이 최근 강렬한 타격감으로 팬들에게 또 한 번의 설렘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24일 삼성전에서 그가 홈런을 날렸을 때만 해도 '그냥 놀라운 일' 정도로 이야기될 뿐이었다. 실제로 그 이후 다시 타격감이 떨어지며 그동안의 시즌처럼 수비는 발군이지만 타격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 그대로였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우민은 0.565의 타율과 2개의 홈런, 1개의 2루타를 기록하며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6일 NC전부터는 4경기 연속 '멀티 히트'까지 때려냈다.

이우민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도 타격 포인트를 계속 앞에 놓고 강하게 때리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출루에 대한 압박감으로 타격 포인트가 뒤로 밀리면서 타이밍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결과가 나빠지면서 소극적으로 변하는 악순환 속에 실패를 맛봐야 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신이 퓨처스리그에서 준비해온 것을 유지하려 노력했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팀 내 최고 고참급이 된 이우민에게 '유망주'라는 표현을 붙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과 동갑인 1982년생 선수들이 여전히 전성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그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해마다 그의 활약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이제는 짧은 설렘만이 아니라 야구 잘하는 선수를 응원하는 기쁨도 안겨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