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플라티니(왼쪽), 알리 요르단 왕자

- 장기집권 反 블라터 정서 업고
- '유럽인 수장' 인식 깨기가 과제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국제축구연맹(FIFA) 명예 부회장이 내년 2월 FIFA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세계 축구 대통령'에 도전하는 후보군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정 명예회장에 앞서 출마 의사를 밝힌 이는 브라질의 축구스타 지코와 무사 빌리티 라이베리아 축구협회 회장,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 등이다.

그러나 정 명예회장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로는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과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가 거론된다.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아직 FIFA 회장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지만, 유럽과 아시아, 남미,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 등이 플라티니 회장의 출마를 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FIFA 회장 선거에서 제프 블라터 회장과 맞붙었다가 낙선한 알리 요르단 왕자는 FIFA 차기 회장 선거일 확정 이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블라터 회장이 당장 떠나야 한다"며 "블라터 회장이 후임을 도모하고 선거를 관리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만큼 후보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1994년부터 2011년까지 FIFA 부회장을 맡아 17년 동안 '반(反) 블라터' 진영에서 활동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부회장 때보다 지지기반이 약해졌다는 판단 때문인지 서둘러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2015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플라티니 UEFA 회장을 만났고 뉴질랜드에서 열린 2015 FIFA U-20 월드컵 결승전도 참관하면서 주요국가 관계자들과 FIFA 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등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정 명예회장으로서는 그동안 FIFA의 수장 자리가 유럽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식을 깨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금까지 8명의 회장이 FIFA를 지휘했는데, 브라질 출신의 주앙 아발랑제 전 회장을 빼면 모두 유럽(잉글랜드 3명, 프랑스 2명, 벨기에 1명, 스위스 1명)출신이었다.

아직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강력한 유럽 후보자인 플라티니 UEFA 회장은 제프 블라터 회장의 선거 운동을 도와준 전력이 있는 만큼 정 명예회장이 '반 블라터 정서'의 선두임을 강조하면 효과적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