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론세이브를 두 번 냈지만 팀이 이겼으니 괜찮은 거죠?" 롯데 자이언츠의 새 마무리 투수로 자리 잡은 심수창이 kt 위즈와의 수원 경기에서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했다. 올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을 때도, 감격스러운 첫 승을 거뒀을 때도 심수창은 언제나 같은 이야기를 했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 롯데로 팀을 옮긴 후 12회 연장 승부가 벌어진 경기에서 엔트리에 들어있는 모든 투수가 등판하는 상황에서도 자신만 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서 승리와 세이브보다 팀이 필요로 하는 선수,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는 심수창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다.

그가 분명 선발에 대한 욕심은 있었지만 마무리로 보직을 옮기게 되었을 때 "다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한다. 시즌을 준비할 때, 그때의 절실했던 마음을 다시 생각하겠다"고 말했던 것도 아마 이 같은 마음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심수창으로서는 등판을 위해 매일 대기해야 하고, 몸을 풀 시간도 충분치 않으면서 연투를 해야 할 수도 있는 불펜이라는 자리는 낯설다. 더구나 경기의 마지막을 책임져야 하는 마무리는 더욱 낯설고 두려울 수밖에 없다. 언제부터 몸을 풀고 준비해야 하는지, 연투에 대비해 체력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선발로서 준비할 때와는 다르게 하나하나 불펜투수의 방식을 배워가는 중이다.

한 번은 너무 일찍부터 몸을 풀고 준비하다가 선배 투수인 김성배로부터 '아직 준비할 때가 아니니 쉬고 있으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질 때 힘 조절에 애를 먹기도 했다.

"무조건 막는다고 생각하니까 마운드에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나 봐요. 그래서인지 제구가 잘 안 되더군요."

이렇게 아직은 새 자리에서 실패도 겪으면서 적응해 가는 중이지만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점이 심수창에게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최근 심수창은 블론세이브를 두 차례 기록했지만 이름난 마무리 투수들도 연일 수난을 겪고 있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그리 특별한 기록은 아닐 것이다. 마무리 심수창의 새로운 도전을 지켜보는 팬들의 마음에도 아마 심수창과 같은 '간절함'이 있지 않을까.

부산MBC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