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출발을 보이며 작년과 달라진 경기력을 보여주던 롯데가 지난주 6경기 전패를 당하며 최악의 위기에 빠졌다. 그동안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지만, 지금 상황은 불펜진 불안으로 인한 연이은 역전패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정적으로 돌아가던 5선발과 홈런포를 앞세워 대량 득점을 만들던 타선이 있었기에, 불펜만 안정되면 상위권을 충분히 노려볼만하다는 분위기는 당연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kt와의 5 대 4 트레이드가 단행됐다. 불운했지만 안정적인 투구를 했던 심수창의 보직 이동도 이뤄졌다.

하지만 현재 롯데 상황을 보면 5선발까지 안정적이었던 선발진은 송승준의 부상 이탈과 이상화의 부진으로 용병 린드블럼·레일리 외에는 물음표가 됐다. kt에서 온 박세웅이 선발진에 가세했지만 안정적으로 던져줄지는 아직 의문스러워 불안감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팀이 연패에 빠지면서 마무리로 보직 이동을 한 심수창은 등판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세이브 상황이 아닌 시점에 2차례 등판한 것이 전부다.

무엇보다 불안한 것은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하고도 열흘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불펜진의 보직이 확실치 않다는 점이다. 김승회가 마무리에서 이탈한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선발 심수창이 마무리로 옮겼지만, 현재 롯데 불펜은 승리조와 추격조의 구분도 확실하지 않다. 누가 '셋업맨'인지 누가 '롱 릴리프'인지, 이런 상황에서 누가 나올지에 대한 예측조차 힘든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정민 홍성민 두 선수가 불펜진 역할을 대부분 소화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위기 국면을 타개해 나가기 위해 잠시 변칙적인 운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올해 144경기의 긴 시즌을 운영하려면 안정적인 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순서라고 할 수 있다.

불펜진의 보직이 정해지고 틀이 만들어지면 불펜에서 대기하는 선수들도 자신이 나갈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는 발판이 만들어진다. 아울러 보직이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몸을 풀고 대기하며 소모되는 체력도 아낄 수 있다.

6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여러 가지로 롯데에는 힘든 시기가 되고 있지만, 이대로 무너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다시 한 번 반등을 노리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불펜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 분명한 점은 롯데 불펜진이 부진에 빠지고 보직이 무너지면서 현시점까지 오게 된 것이지만, 이제는 다시 틀을 잡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부산MBC 야구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