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 하프 우승 장성연

- 풀코스 등 14회 제패한 다대포 제왕

"이제는 결승선이 다가오면 인터뷰 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도 합니다." 남자 하프코스 우승자 장성연(39) 씨에게 '전문선수 못지 않게 인터뷰도 잘 한다'고 농을 던졌더니 이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이런 여유는 '다대포의 절대 강자'로 통하는 장 씨이기에 가능하다.

이번 우승으로 장 씨는 이 대회 하프코스 3연패를 달성했다. 10㎞ 코스는 이미 3년(2007~2009년) 연속 우승을 이뤘다. 가을의 부산마라톤대회 풀코스도 제패하는 등 다대포에서만 14차례 우승했다.

풀코스 3연패도 욕심이 날 법하다. 하지만 장 씨는 "근육량이 많고 몸이 무거운 편이라 풀코스는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하프코스의 왕좌는 계속 지키고 싶은 마음이다. 장 씨는 "대회가 다가오면 긴장이 많이 된다"면서 "마라톤 입문 후 첫 출전한 게 이 대회라 애정이 많이 간다"고 토로했다.

하프코스를 1시간10분 초반대에 주파하는 장 씨지만, 더운 날씨 탓에 1시간21분27초의 기록을 냈다. 그래도 2위에 약 2분 앞섰다. 부산 현대마라톤 소속으로 출전한 장 씨는 "우리 클럽이 지난해 단체전에서 아깝게 준우승에 그쳤는데, 올해는 꼭 우승을 달성하고 싶어서 더 힘을 냈다"고 말했다.


■ 여자 하프 우승 권순희

- 성적 연연 않는 女 마라톤 절대 강자

"피니쉬 라인(결승선)을 지날 때마다 오늘도 해냈다는 희열을 느낍니다. 마라톤은 아름다운 중독입니다."

여자 하프코스에서 1위를 차지한 권순희(43·부산 사상구 모라동) 씨는 지난해 부산마라톤대회 풀코스에서도 정상에 오른 부산 마라톤계의 절대 강자다.

2006년 마라톤에 입문한 권 씨는 그해 제8회 부산마라톤대회 하프코스를 통해 마라톤대회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심장이 좋지 않아 건강을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지만, 어느새 1년에도 여러 차례씩 마라톤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실력자가 됐다.

그에게 특별한 훈련방법은 없다. 꾸준한 연습뿐 아니라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즐겁게 완주하자는 생각으로 뛰는 것이 1등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권 씨는 "특히 부산마라톤대회는 큰 오르막이 없고 바다를 보며 뛸 수 있어 달리기에 아주 좋다"면서 "게다가 매일 달리던 길을 같은 동호회 사람들의 응원까지 받으며 달릴 수 있어 더욱 편하게 뛸 수 있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그는 "지금 아들이 군대에 가 있는데 아들에게 엄마가 열심히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앞으로 더욱 열심히 운동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남자 10㎞ 우승 김윤오

- 팔 깁스한 채 부상투혼으로 1위 골인

해운대철인클럽의 김윤오(41) 씨는 2주 전에 입은 부상으로 오른팔에 깁스를 하고도 남자 10㎞에서 37분47초의 기록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 씨는 "아무래도 통증이 있어서 팔 동작이 자주 흐트러진 탓에 기록이 좋지 않았다. 운 좋게 우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말은 겸손해도 그 역시 실력자 중 한 명이다. 풀코스 완주만 60회를 넘긴 김 씨는 부산하프마라톤과 부산마라톤에서 10㎞, 하프, 풀코스를 모두 제패한 경험이 있다. 마라톤뿐 아니라 지난해 제주국제철인3종경기에서 종합 4위에 입상했을 정도로 '강철 체력'을 지녔다.

많은 종목을 뛰다보니 부산하프마라톤에서는 2005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그의 진가가 발휘됐다. 김 씨는 "오늘처럼 더운 날은 한 번 체력이 떨어지면 회복하기 힘들다. 그동안 쌓은 체력을 믿고 페이스대로 달렸다. 오랜만의 우승이라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국내외 철인경기와 마라톤 등 300회 이상 대회에 참가한 김 씨는 "외국에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대회가 꼭 있는데, 부산에서는 이 대회가 그 역할이다.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 여자 10㎞ 우승 김선희

- 6전7기만에 생애 첫 정상 레이스

"생애 처음으로 우승했습니다. 부산하프마라톤대회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여자 10㎞ 부문에서 1위로 결승전을 통과한 김선희(47·북구 화명동) 씨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거의 없었다. 그보다 완주 우승의 기쁨에 감격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이 대회에만 7차례 도전한 끝에 올린 쾌거라 그에게는 이번 우승의 의미가 남다르다. 김 씨는 그동안 대회 참가 때마다 입상권에 드는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7년 전 함께 헬스장을 다니던 지인들의 권유로 시작한 마라톤이 그의 적성에 제일 맞았다.

그의 우승 비결은 꾸준한 운동이다. 1주일에 4, 5차례 집 주변 학교 운동장에 가서 달리고 헬스장에서도 뛴다. 이처럼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그는 20대 젊은이 못지 않은 날씬한 몸매도 유지하고 있다. 김 씨는 평소에 비해 기록이 좋지 않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날이 다소 더웠지만 다대포 해변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어 뛰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라톤대회에서 최고령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는 게 개인적인 목표다. 이런 꿈을 이루기 위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