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전 많은 전문가가 하위권 전력으로 평가하며 기대가 낮았던 롯데는 시즌 초 화끈한 타격과 집중력으로 좋은 내용의 경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의 원동력을 찾자면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선수들의 무한경쟁을 이끌어내고 있는 이종운 롯데 감독의 리더십이 꼽힌다.

현재 가장 두드러지는 경쟁은 김민하 김대우 하준호로 이어지는 외야수 경쟁이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보면 경쟁은 특정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라 팀 전체의 분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미 주전 자리가 보장된 선수들이라 할지라도 특정 1, 2명에 의해 좌우되는 팀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선수들에게 지속적으로 전하고 있다.

"어디 안 좋으면 무리하지 말고 언제든지 이야기하라." 이 감독은 평소에도 웃으면서 선수들에게 이같이 이야기한다. 선수를 관리하고 배려하는 부드러운 말이지만,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준다는 의미도 담긴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 다른 선수의 기회로 이어지고, 좋은 결과까지 있기에 선수들이 그냥 넘길 수 없는 말로 느껴지고 있다.

팀의 주축인 강민호 손아섭과 같은 선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강민호는 지난 LG전에서 몸에 맞는 공으로 작은 통증이 있었다. 강민호가 뛸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지만, 이 감독은 장성우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그리고 장성우는 멋진 플레이로 팀 승리에 공헌했다. 지난 4일 두산전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은 손아섭을 쉬게 하며 임재철에게 기회를 주는 라인업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감독의 이 같은 선수 기용을 알기 때문에 주전 선수들도 느슨한 마음을 가지거나 몸 관리를 소홀할 수 없다는 것이 선수들의 설명이다.

팀 구성원들의 경쟁을 통해 선수들을 성장시키겠다는 이야기는 많은 지도자들이 언급하는 단골 멘트다. 하지만 그 경쟁이 진정으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중요한 순간에도 신예를 믿고 기용할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기용한 선수가 다소 부진하더라도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눈앞의 승리 때문에 기존 주전에만 의존하는 용병술로는 그저 이상론에 불과한 것이 바로 무한경쟁이다. 밝고 부드러운 더그아웃 분위기 속에서도 긴장감과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는 이 감독의 무한경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의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우리 (팀에) 선수 많습니다." 이 감독은 박종윤이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 아두치가 전력에서 이탈했을 때도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선수가 많다는 이 말은 어쩌면 팬들을 향한 말이 아니라 기회를 잡으라는 선수들을 향한 메시지가 아닐까?

부산MBC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