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롯데 자이언츠 감독은 지난 KIA와의 3연전에서 '안방'을 강민호가 아니라 용덕한에게 맡겼다. 발 빠른 김주찬·이대형·신종길·김민우를 보유한 KIA전에서 용덕한은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맹활약했다.

첫 경기인 지난 11일 1타점 역전 2루타를 포함해 3안타를 몰아쳐 12-5 대승을 주도했다. 2회말에는 KIA 김민우의 2루 도루를 저지해 선발투수 홍성민의 부담을 덜어줬다. '위닝시리즈(3연전 중 2승)'가 달린 13일에도 선발투수 옥스프링과 완벽한 호흡을 맞춰 2-0 승리를 거들었다. 지난 12일 KIA 송은범의 투구에 머리를 맞아 엔트리에서 빠진 강민호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막았다는 평가다.

많은 전문가들은 개막 전 "용덕한을 1군에서 자주 보기 힘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강민호뿐 아니라 최고의 포수 유망주인 장성우가 군에서 제대해 복귀했기 때문이다. 용덕한을 두산에서 데려온 이유도 장성우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용덕한은 '당연한 현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미래를 생각하면 성우에게 기회를 많이 줘 성장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경쟁에 뒤처져서가 아니라 그냥 이대로 물러나라고 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요."

선수 이전에 가장이기도 한 용덕한은 힘든 현실을 극복하고 싶었다. 김해 상동(2군)에서 시즌을 맞은 용덕한은 "내가 좋은 플레이를 하면 언젠가 1군에 갈 수 있다. 롯데에 자리가 없다면 다른 팀에서라도 기회를 찾을 것"이라는 각오로 하루하루 땀을 흘렸다. 수비뿐 아니라 자신의 약점이던 방망이를 보완하기 위해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시범경기에서 외국인 타자들이 타격하는 모습을 유심히 봤어요. 그들의 스윙 궤적을 보니 점을 치는 게 아니라 면을 만들어 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그 부분을 제 스윙에 접목하려고 했지요."

부단한 노력을 통해 용덕한은 자신의 힘으로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강민호가 부진한 틈을 타 자신의 진가도 조금씩 보여주고 있다. 후반기에도 힘든 4위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경험과 노련함을 앞세운 용덕한의 활약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를 다시 1군 무대로 돌아오게 한 절실함이 거인을 가을 야구로 이끄는 원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부산MBC 야구 해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