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6월 25일 스페인 히혼에서 열렸던 스페인월드컵 독일(당시 서독)과 오스트리아의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는 월드컵 축구 역사에 큰 오점으로 남아있다. 양 팀이 담합으로 2라운드에 동반 진출했기 때문.
당시 앞선 경기까지 독일은 1승1패, 오스트리아는 2승을 거둔 채 3차전을 맞았다. 같은 조의 알제리는 2승1패로 전날 조별리그 경기를 모두 마친 상태. 알제리는 오스트리아가 독일을 꺾거나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3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 2라운드에 진출하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알제리의 이 같은 바람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반스포츠적인 담합으로 무산됐다. 이날 게임은 독일이 전반 10분 선제골을 넣었다. 이후 양 팀은 마치 짜고 나오기라도 한 듯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리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독일의 1-0 승으로 끝났고 독일, 오스트리아, 알제리는 나란히 2승1패가 됐지만 골득실차에서 밀린 알제리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 관중석에서는 "조작됐다"며 분노한 팬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독일 공영방송 ARD 해설가는 "이것은 축구라고 할 수 없다"며 해설을 거부했다. 이후 이 경기는 '히혼의 수치(disgrace of Gijon)' '히혼의 불가침 조약(Gijon non-aggression pact)' 등으로 불리며 부끄러운 월드컵 역사 중 하나로 남게 됐다.
32년이 흘러 27일 새벽 1시 독일과 미국이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G조 3차전에서 격돌한다. 양 팀은 똑같이 1승1패로 조 1, 2위에 올라 있고 가나와 포르투갈이 1무1패로 각각 3, 4위에 처져 있다. 독일과 미국이 비기면 두 팀 모두 16강 무대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2006년 독일 대표팀 감독과 코치가 현재 미국 대표팀 사령탑인 독일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과 독일 대표팀 감독인 요아힘 뢰브다. 이런 관계가 알려지자 축구팬들은 다시 32년 전 히혼의 수치를 떠올린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우리는 독일을 꺾으려고 모든 것을 할 것이다"며 "요아힘은 그의 일을 할 것이고 나는 나의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수비수 마츠 후멜스(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도 "(32년 전의 일은) 반스포츠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일"이라며 "우리는 오로지 승리를 위해 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