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겨도 웃지 못했다. 스페인에는 너무나 늦은 승리였다. 전반 36분 결승골을 터뜨린 다비드 비야(뉴욕 시티)는 후반 23분 교체돼 벤치에서 울먹였다.
스페인이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의 바이샤다 경기장에서 펼쳐진 브라질월드컵 B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호주를 3-0으로 제압했다. 네덜란드·칠레전에서 모두 패해 16강 탈락이 확정된 뒤 나온 승전보였다. 그래서인지 선수들은 승리에도 환호하지 않았다.
스페인은 이날 특유의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높였다. '패스 마스터'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가 찔러주는 정교한 패스는 오프사이드 트랩을 한순간에 허물었다. 비야와 토레스(첼시)의 '투톱'은 한 번 맞은 기회를 골로 연결하는 결정력을 과시했다.
전반 36분 이니에스타의 패스를 받은 후안 프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골문 중앙을 향해 쇄도하던 비야에게 땅볼 크로스를 보냈다. 비야는 발뒤꿈치로 방향만 틀어 스페인의 첫 골을 뽑았다. 후반 24분에는 토레스가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다. 후반 37분에는 후안 마타(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쐐기골이 터졌다. 14회의 월드컵 본선 조별리그에서 전패를 당한 적이 없었던 스페인은 그렇게 '유종의 미'를 거뒀다.
A매치에서 59골을 터뜨린 비야는 경기 직후 뜨거운 눈물과 함께 붉은 유니폼에 작별을 고했다. 그는 "언제나 스페인 국가대표팀을 사랑했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언제나 나의 꿈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미 은퇴를 선언한 그에게 브라질월드컵은 '스페인 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무대였다.
비야는 "스페인대표팀에서 뛰는 것은 언제나 즐거움으로 가득했다"면서 "첫 두 경기에서 패배하면서 우리가 해낸 것들과 작별해야 했다. 더 많은 것을 원했음에도 일찍 고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고 회한을 드러냈다.
국가대표 은퇴에 대해서는 "마음 같아서는 55세까지 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유머를 섞어 말하기도 했다. 비야는 또 곧 새로운 세대가 등장해 스페인 축구에 '르네상스'가 도래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비야는 "내가 가진 최다골 기록이 머지않아 깨지기를 바란다. 누군가에 의해 내 기록이 깨진다는 것은 내게 특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