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브라질 북부 마나우스에서 한 축구팬이 개막전을 보며 환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50억 지구촌의 축제' 2014브라질월드컵이 개막하면서 브라질은 온통 축구 열기로 가득하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 와서 지켜보니 브라질이 왜 '축구의 나라'인지 실감할 수 있었다.

브라질 국민들은 지난 13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브라질과 크로아티아의 개막전을 시작으로 월드컵을 시청하기 위해 일찍 퇴근해 바와 음식점으로 모였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12개 도시를 중심으로 월드컵 입장권을 구하지 못 한 팬들을 위한 길거리 응원이 한창이다.

무대에 설치된 전광판에서는 경기가 생중계되고 축하공연도 곁들여져 가뜩이나 흥이 많은 브라질 국민들은 더 신이 났다. 필자가 거주하는 포르투알레그레(23일 한국과 알제리전이 열리는 도시)에는 개막전에만 2만 명이 넘게 모였다. 그들은 브라질을 응원하기 위해 노란색 응원복으로 무장했다. 브라질 사람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유학하거나 관광 온 외국인들도 함께 축제를 즐겼다. 각국 기자들은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고 방송국에서는 인터뷰를 하고 환호성을 유도하며 한껏 들떠있는 현지 분위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개막 전부터 말이 많았던 월드컵 반대 시위는 개막 당일 더욱 거칠어졌다. 전반전이 끝나고 폭력적인 월드컵 반대시위 영상이 전광판을 통해 중계되자 모여있던 축구팬들은 야유를 퍼부었다. 월드컵 개막이 된 뒤에도 이처럼 월드컵을 둘러싼 찬반 논란은 뜨겁다.

우려했던 치안 문제는 현재까지는 괜찮다. 경기장 곳곳에 군경과 경비대원이 있고, 관광객이나 브라질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만한 곳에도 군경이 배치됐다. 치안 문제로 많은 걱정을 했지만 브라질 정부가 경비를 강화한 덕에 안전하게 경기를 관람하며 응원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교통 문제는 여전히 난제다. 경기가 끝나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체증이 심각하다. 많은 사람이 동시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일상적인 일을 마치고 귀가하는 사람도 많게는 2시간씩 기다려가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당연히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온다. 월드컵을 즐기는 사람에게는 즐거운 추억일지 모르지만 이 같은 불편이 월드컵 반대 분위기를 더욱 심화시킬까 걱정된다.

브라질 유학생 한지혜(부산외국어대 포르투갈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