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축구천재' 리오넬 메시가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골을 터트린 뒤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아르헨티나 2-1 첫승 신고

닮아도 너무 닮았다. 아르헨티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와 리오넬 메시(27·FC바르셀로나) 이야기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의 영웅 마라도나는 1990년 이탈리아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절치부심한 그는 1994년 미국에서 마침내 침묵을 깨뜨렸다. 세계 최고의 골잡이 메시 역시 2006년 독일월드컵 조별리그 세르비아-몬테네그로전에서 한 골을 넣은 것이 유일한 월드컵 본선 골이었다. 2010년 남아공에선 무득점에 그쳐 비난을 한몸에 받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4년 브라질월드컵. 메시도 '8년의 침묵'을 깨뜨리고 전 세계 축구팬이 기다린 월드컵 두 번째 골을 터트렸다.

메시는 16일(한국시간) 리우데자이네루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후반 20분 결승골을 터뜨려 2-1 승리를 이끌었다. 1992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월드컵 본선 데뷔전에서 선전하고도 패배하는 아픔을 겪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5위 아르헨티나는 경기 초반 행운의 골로 앞서갔다. 전반 3분 메시의 프리킥이 상대 수비 세아드 콜라시나치(샬케04)의 발을 맞고 골대로 굴러든 것이다. 반격에 나선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이제트 하이로비치(갈라타사라이)와 에딘 제코(맨체스터 시티)를 앞세워 아르헨티나를 줄기차게 위협했다. 메시도 고전했다. 페널티 박스까지 들어가면 어김없이 3∼4명의 수비에게 둘러싸였기 때문.

메시의 진가는 후반 20분 폭발했다. 곤살로 이과인(나폴리)과 일대일 패스를 주고받은 메시는 현란한 드리블로 수비수를 피해 강한 슈팅을 날렸다. 골키퍼 위치를 확인하고 왼발로 찬 공은 골대를 한번 튕기고 나서 골망으로 빨려 들어갔다. '월드컵과는 궁합이 맞지 않다'는 오명을 씻어내는 순간이었다.

골이 나오기 전까지 메시는 결정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후반 19분에는 상대 수비수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을 하늘로 날려보내 관중의 야유를 받았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는 후반 40분 베다드 이비셰비치(슈투트가르트)의 골로 한 점 따라붙었지만 전세를 뒤집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메시는 그동안 소속 클럽 FC바르셀로나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골잡이였으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유니폼만 입으면 고개를 숙이곤 했다. 메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2004-2005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10시즌 동안 276경기에 나와 243골(평균 0.88골)을 기록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는 월드컵 본선 8경기에서 1골에 그쳤고 예선에서도 35경기 14골(평균 0.4골)에 머물렀다.

경기 후 메시는 "국가대표로서 일이 잘 풀리지 않다 보니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 싶었다"며 "국가대표로서 골을 넣는 것은 언제나 기쁜 일"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어 "첫 경기여서 불안하고 걱정했지만, 우리는 확실히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