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월드컵 반대 시위.

국제신문은 브라질월드컵 기간 '여기는 브라질' 코너를 신설해 생생한 현지 분위기를 독자들에게 전달합니다. 필진은 브라질에 유학 중인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입니다.

필자는 브라질월드컵 한국-알제리의 조별경기가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리(Porto Alegre)에서 유학 중이다. 월드컵에 대한 관심은 현지인보다 유학생활을 함께하고 있는 외국인 친구들이 더 높다. 브라질 친구들은 월드컵 경기를 관전하려는 나를 오히려 걱정한다. 월드컵에 대한 브라질 국민의 반감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월드컵 개최 반대 시위도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월드컵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브라질에선 월드컵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국가대표 유니폼은 물론 월드컵 응원용품도 거의 팔리지 않고 있다. 되레 '안티 월드컵(Anti-World Cup)'이 판치는 상황. 건물 벽면에 휘갈겨 쓴 '월드컵은 없어져야 한다'는 글귀도 종종 볼 수 있다.

브라질 친구들은 "월드컵 개최는 기쁜 일"이라면서도 "브라질은 복지·교육·치안 부문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아 월드컵을 개최할 시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또 "대체 누구를 위한 월드컵인가. 부유층을 위한 축제 아닌가"라는 비판도 한다.

월드컵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지만 경기장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하면 브라질은 국가적인 이미지 손상과 경쟁력 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포르투갈어를 공부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괴소문도 무성하다. 월드컵 개막일부터 공항 입국심사를 담당하는 연방경찰이 파업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대중교통 요금도 일제히 올랐다. 월드컵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는 이유다.

한편으로는 월드컵 마케팅도 볼 수 있다. 호스텔이나 상점에선 포르투알레그리에서 경기하는 출전국(한국·프랑스·온두리스·호주·네덜란드·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알제리) 환영 문구를 볼 수 있다. 건물 외부에 출전국 국기를 게양하는 최소한의 관심은 보인다. 브라질의 한 캔맥주 회사는 출전국의 언어로 맥주 이름을 써서 판매하기도 한다. 가령 POLAR라는 맥주 이름을 한국어 '폴라르'라고 적어 판다. 또한, 브라질 방송국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학생 인터뷰나 월드컵 특집방송을 내보낸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치안이 좋지 않은 나라'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시내 중심에만 배치돼 있던 군경이 최근 외곽지역까지 확대 배치된 것을 보면서 '월드컵이 곧 열리겠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브라질 한인회는 월드컵이 열리는 동안 각종 편의·안전·관광정보를 제공하는 홈페이지 '따봉 코리아'를 운영한다. 또 브라질 현지 유학생들이 교포 한인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우리나라 대표팀과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브라질 유학생 한지혜(부산외대 포르투갈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