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지난 15일 오후 러시아 소치 해안클러스터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ｍ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빙판에 엎드려 감격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 아래쪽은 한국 신다운. 연합뉴스

- 남자 쇼트트랙 최초 金 4개

- "학벌·파벌에 인재 놓쳤다"
- 빙상연맹 홈피 이틀째 마비

"(미국의 농구황제인)마이클 조던이 쿠바를 위해 뛰었다."

안현수(29·빅토르 안)가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1위에 오른 지난 15일. 미국 신문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는 조던이 쿠바 올림픽 대표로 출전한 수준의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야후스포츠는 "안현수가 대한민국에 복수했다"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안현수는 이날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대회 쇼트트랙 남자 1000ｍ 결승에서 1분25초325의 기록으로 블라디미르 그리고레프(러시아·1분25초399)와 싱키 크네흐트(네덜란드·1분25초611)를 따돌리고 1위로 골인했다. 결승에 오른 우리나라의 신다운은 반칙 판정을 받고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안현수의 금메달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감정도 복잡했다. 체육계에 만연한 학력·파벌주의가 안현수라는 '거울'에 비친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생 이강희(24) 씨는 "안현수의 금메달은 기쁘다"면서도 "우리나라가 인재를 놓쳤다. 쇼트트랙계의 파벌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아이디 js**의 누리꾼은 "인재를 지키기 못한 한국에 뼈아픈 장면"이라고 썼다. 포털사이트에도 "안현수가 태극기 대신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이유에 대해 누군가는 해명해야 한다"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파벌 논란의 중심에 선 대한빙상연맹 인터넷 홈페이지는 16일까지 이틀째 접속이 마비된 상태다.

안현수의 '인생 드라마'도 정서를 자극했다. 결승선을 통과하고서 빙판에 무릎을 꿇었던 안현수는 "첫 메달을 따고 나서도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았다. 금메달을 따고 울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에선 대통령도 귀화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질문에는 "올림픽이 끝나고 다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안기원(57) 씨는 한국 빙상의 고질적 병폐를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빙상연맹의 한 사람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 문제가 있는 코치가 임명되는데도 올림픽에서 성적이 나면 흐지부지되곤 했다. 다시는 안현수 같은 선수가 나오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6년 토리노올림픽 3관왕인 안현수는 소치에서 동메달(1500ｍ)과 금메달(1000ｍ)을 추가해 남자 쇼트트랙 선수 최초로 4개의 금메달을 보유하게 됐다. 여자 쇼트트랙 선수로는 전이경과 왕멍(중국)이 4개의 금메달을 땄다.

안현수는 아직 남자 500m와 5000m 계주를 남기고 있어 남녀 통틀어 최다 금메달리스트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