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씬해진 상체는 공기저항↓

- 빙속에 최적화 설계된 몸매

- 오늘밤 1000m 메달 사냥

'꿀벅지'가 이상화(25·서울시청)에겐 고통이었다. 두꺼워진 허벅지 탓에 하지정맥류가 심해졌다. 혹독한 훈련에 왼쪽 무릎엔 물도 찼다. 그러나 '여제'는 여제였다. 아무도 그의 총알 탄 질주를 막지 못했다. 이상화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2연패를 달성한 원동력은 강한 정신력과 단거리에 최적화한 신체였다.

이상화는 12일 새벽(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끝난 2014 동계올림픽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ｍ 경기에서 1·2차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정상에 섰다. 2위 러시아 올가 팟쿨리나(75초06)보다 0.36초나 앞선 압도적 레이스. 0.36초는 역대 올림픽 1·2위 기록 중 최다 시간차다.

1차 레이스에서 37초42로 가장 빨리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 37초28로 올림픽신기록을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금메달리스트인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수립한 단일 레이스(37초30)와 합계(74초75) 올림픽 기록을 12년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ｍ 올림픽 2연패 역시 르메이돈(1998년 나가노·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이후 12년 만이다. 그의 역주로 우리나라는 개막 나흘 만에 첫 메달을 수확했다.

올림픽 조직위에 따르면 이상화의 키는 165㎝에 체중 62㎏이다. 단거리 선수로선 좋다고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이다. 강력한 경쟁자였던 예니 볼프(독일)는 172㎝에 73㎏의 체격을 자랑한다. 월드컵 종합 3위인 헤더 리처드슨(미국)은 178㎝에 73㎏.  

단거리에서 키가 작으면 보폭이 짧아져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런 약점을 이상화는 힘으로 극복했다. 체육과학연구원의 1년 전 자료를 보면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60㎝로 어지간한 여자 허리둘레와 맞먹는다. 밴쿠버올림픽 때(57㎝)보다 3㎝나 늘었다. 종아리 근육도 여자 대표팀의 평균치보다 4㎝ 이상 크다. 하지정맥류가 심해진 것도 다리 근육을 키우다 혈관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하체를 강화한 것과 반대로 체중은 밴쿠버올림픽 당시 65.6㎏에서  62㎏으로 감량했다. 이상화 자신은 5㎏ 이상 감량했다고 한다. 허벅지 둘레가 늘었는데도 체중이 준 것은 상체가 날씬해졌기 때문. 날씬한 몸은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체격의 열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바꾼 것이다.

기술적으로도 완벽한 경지다. 약점이던 스타트도 완벽하게 보완했다. 2011년까지 이상화는 초반 100ｍ를 10초30 아래로 끊은 적이 별로 없는 '슬로 스타터'였지만 최근 2년 사이 스타트 훈련에 집중해 기록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솔트레이크시티 월드컵에선 첫 100ｍ를 10초09에 끊는 괴력을 보여줬다. 힘을 바탕으로 빙판을 지치는 스트로크 수도 다른 선수들보다 20%가량 늘렸다.

이상화는 최근 두 시즌 1000ｍ에서도 몇 차례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다. 500ｍ에서 후반까지 버틸 체력을 확보하기 위해 1000m 훈련도 한 것이다. 초반 스피드를 끌어올리고 낮은 자세로 많은 스트로크를 하면서 이상화는 '완벽한 스케이터'로 거듭났다. 이상화는 13일 밤 11시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 출전해 다시 메달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