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같은 조에 속한 벨기에 축구대표팀의 마르크 빌모츠 감독은 동갑내기 홍명보(44) 한국 대표팀 감독과 인연이 유독 깊다. 두 감독은 선수 시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두 차례나 마주친 사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둘은 양국 공격과 수비의 '신성'이었다. 당시 한국은 벨기와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맞붙어 0-2로 완패했다. 홍 감독은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뛰었지만 빌모츠 감독은 벤치를 지켰다. 둘의 진짜 맞대결이 펼쳐진 것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였다.
그때 한국은 E조 1차전에서 멕시코에 1-3으로 진 데 이어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해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상태였다. 벨기에는 1, 2차전에서 무승부를 거뒀지만 한국을 2점 차 이상으로 잡으면 멕시코를 제치고 조 2위로 16강에 오를 가능성이 큰 상황이었다.
한국과의 마지막 3차전에서 벨기에는 전반 7분 선제골로 쉽게 승리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그대로 귀국길에 오를 수 없었던 한국 선수들은 이후 투혼을 불살랐다. 홍명보 또한 중앙 수비수로서 상대 공격수를 막고자 쉴 새 없이 뛰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였던 빌모츠와도 여러 차례 몸을 부딪치며 추가 실점을 막으려고 애썼다. 결국 한국은 후반 27분 하석주의 프리킥에 이은 유상철의 골로 무승부를 이뤘다. 이 과정에서 빌모츠의 실수가 결정적이었다. 빌모츠는 공에 집중하다가 바로 옆에 있는 유상철의 움직임을 읽지 못했고 이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다.
한국이 벨기에의 발목을 제대로 잡는 순간이었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맞붙는다.
한편 조추첨 뒤 빌모츠 감독은 "한국은 일본보다 한 단계 떨어지는 팀"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러시아의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한국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고, 알제리의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H조에 소속된 국가의 축구 관계자들과 취재진들은 상대할 팀이 모두 정해지자 다들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환호하는 모습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