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둑의 무서운 기세에 주춤하는 듯 보이지만, 2013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본선 무대를 밟은 한국 바둑 기사들은 한국 바둑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베테랑' 서봉수 9단은 2일 중국 상하이 메리어트 호텔에서 개막한 대회를 앞두고 한국 바둑계가 조만간 재도약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별들의 잔치라 불리는 삼성화재배 본선에는 이세돌 9단, 구리 9단, 유키 사토시9단 등 한국·중국·일본·미국을 대표하는 스타 기사 32명이 출전한다.

나라별 출전자 수는 한국 13명, 중국 15명, 일본 3명, 미국 1명으로 한국은 지난 대회에 이어 중국에 수적으로 밀린다.

최근 치솟은 바둑 인기에 힘입어 중국의 '90후 세대(199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신예 기사들)'가 승승장구하는 데 비해 한국은 세대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서봉수는 "최근 상비군 제도가 생기는 등 한국도 신예들이 많이 강해지고 여류 기사들도 선전하고 있다"며 "변상일, 신진서 등 10대의 어린 유망주들이 상위권을 노리고 있는데 이들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한국도 바둑에 대한 인기가 높아져 저변이 넓어져야 영재들이 출몰할 수 있다"며 "결국 선수층을 두텁게 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니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숙제"라고 지적했다.

중국 땅을 밟은 유일한 여자 기사인 오정아 2단도 한국 바둑이 현재의 치열함을이어간다면 앞으로도 중국에 밀리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여자 바둑계의 '떠오르는 샛별' 오정아는 여자조 예선에서 이민진 7단과 함께 본선 진출권을 따냈으나 이민진이 출산을 앞두고 있어 홀로 중국으로 건너왔다.

그는 "한국이 중국을 따라 가지 못하는게 문제라기보다 자신감을 잃은 것이 문제"라며 "한국 바둑이 끝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지금처럼만 한다면 충분히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중국도 위즈잉 등 좋은 여자 기사들이 많이 등장했지만, 한국 여자 바둑계도 박지은, 박지연 선배들이 버티고 있는 가운데 최정, 오유진 등 신예들이 더해져 선수층이 넓어졌다"며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으니 계속해서 치열함을 이어갔으면 한다"고 바랐다.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오를 굳히는 것은 현재 최정상에 있는 기사들도 마찬가지다.

'디펜딩 챔피언' 이세돌은 올해 세계대회 마지막 개인전 타이틀이 걸린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 바둑계를 위해 절대 물러설 수 없는 기전"이라며 "한국 바둑계가중국과 백중세를 유지할 수 있으려면 반드시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