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마스터스에서 디펜딩 챔피언 버바왓슨(미국)이 아멘 코너의 심술에 울고 말았다.

왓슨은 14일(현지시간) 벌어진 대회 4라운드 12번 홀(파 3, 155야드)에서 볼을 3번이나 해저드에 빠트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샷 난조로 10타 만에 홀아웃했다.

한 홀에서 7타를 잃는 셉튜플(septuple) 보기였다.

9번 아이언으로 첫 티샷한 볼을 그린 앞 개울인 레스 크릭(Rae's creek)에 빠트린 왓슨은 드롭하고 올린 3번째 샷이 그린 앞 경사면을 맞고 다시 물에 빠져 궁지에몰렸다.

그는 제자리에서 다시 볼을 띄웠지만 이번엔 그린을 넘겨 벙커에 박혔고, 이어 비에 젖은 벙커에서 낮게 걷어내 핀 가까이에 붙이려 했지만 빠른 그린을 타고 다시해저드에 빠졌다.

해저드에 다시 빠질까 두려워서였는지 왓슨은 8타째인 벙커샷을 그린이 아닌 러프로 보내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왓슨은 이어 2타 만에 홀아웃했지만 실낱같은 역전의 가능성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12번 홀의 제물이 된 것은 이날 왓슨 뿐만이 아니었다. 왓슨에 앞서 재미교포 케빈 나(나상욱)도 공을 3번이나 해저드에 빠트리는 난조 끝에 왓슨과 같은 7오버파를 했다.

나상욱은 악전고투 끝에 10타로 홀아웃하는 자신에게 갤러리들이 기립박수를 보내자 미소 띤 얼굴로 모자를 벗어 인사했다.

나상욱은 14번 홀에서 왓슨이 7오버파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정말이냐? 기분이 좀 좋아지네"라고 말했다고 오거스타 크로니클이 전했다.

왓슨의 반응도 걸작이었다. 왓슨은 "우승하지 않을 거라면 레코드북에 이름을 남겨야 한다"며 "어쨌든 나는 파 3에서 두자릿수를 기록한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심술을 부린 12번 홀은 11∼13번 홀의 별칭인 아멘 코너의 중간이자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시그니처 홀이다. 별칭은 골든벨(개나리).

아멘 코너는 1958년 허버트 워런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기자가 재즈 밴드연주곡 '아멘코너에서의 외침'에 착안해 이름을 붙였다.

이중 12번 홀은 18개 홀 가운데 가장 거리가 짧지만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의 세기와 방향, 그린 주변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3개의 벙커 때문에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홀로 악명이 높다.

티 박스에서의 클럽 선택이 그만큼 중요하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예전 "11번 홀과 12번 홀의 바람이 같은 방향으로 부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클럽을 들지 마라"는 지침을 남기기도 했다.

정교한 아이언 샷이 필수인 12번 홀의 난이도는 기록으로도 입증된다.

역대 통산 평균 타수가 3.29타로 18개 홀 가운데 3번째로 높다. 지난해 3.06타로 핸디캡 13번으로 떨어졌다가 올해에는 1, 2라운드 각각 핸디캡 5번, 4번으로 '명성'을 회복했다.

골프 역사를 장식한 수많은 명인이 미들 아이언으로 12번 홀을 공략했지만 홀인원으로 '골든벨'을 울린 선수는 1947년 클로드 하먼, 1959년 윌리엄 힌드먼, 1988년커티스 스트레인지 등 3명뿐이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장의 또 하나의 명물인 '벤 호건 다리'를 건너야 갈 수 있는 12번 홀 그린은 1930년대 초 보비 존스가 코스설계사인 앨리스터 매킨지와 함께 공들여 만들었다. 개장 이후 거리가 단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1951년 그린을 오른쪽으로 18피트(6ｍ) 가량 확장하고 1990년 홍수 피해를 당한그린을 개보수했을 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