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달리지는 못했지만 고감도 슈팅과 집중력은 마지막까지 여전했다.

'국보센터' 서장훈(39·부산 KT)이 은퇴경기에서 화끈한 득점력을 뽐냈다.

19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KT와 전주 KCC의 2012-2013 정규시즌 마지막 54차전.

이날 경기에는 올 시즌 KT의 홈경기 중에 가장 많은 관중 7천269명이 몰렸다.

서장훈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고무된 듯 상당한 투지를 보였다.

톱에서 던지는 3점포는 깨끗하게 골망에 꽂혔고 적극적인 몸싸움에 KCC의 골밑도 자주 열렸다.

서장훈이 득점할 때마다 관중의 박수갈채가 점점 더 크게 쏟아졌다.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그의 미들슛이 림을 맞고 튀어나올 때면 아쉬운 탄식이흘러나오기도 했다.

서장훈은 이날 33득점, 2리바운드를 기록해 개인통산 1만3천231득점, 5천235리바운드로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폭풍 같은 득점은 사력을 다한 결과였다.

서장훈은 무릎 통증이 매우 심한 상태이지만 32분24초를 뛰었다.

백코트가 어려워 보이는 듯 허덕거렸지만 공격 때 동료가 볼을 주면 눈매가 무서워졌다.

KT 구단의 한 관계자는 "경기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죽을 힘을 다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힘이 세고 투지가 강한 포워드 노승준(25)이 서장훈의 수비를 맡을 때면 때로 몸싸움이 거칠어지기도 했다.

서장훈이 경기 종료 11초를 남기고 미들슛과 자유투로 3점 플레이를 성공해 KT의 승리가 확정되자 사직체육관은 서장훈을 연호하는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월드스타 싸이는 서장훈의 가는 길을 함께 하려고 사직체육관을 방문해 경기를 끝까지 관전했다.

그는 "서장훈 선수와는 오래 형 동생 사이였다"며 "특히 나는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한 명의 팬이었다"고 말했다.

시투를 맡은 싸이는 자유투를 림에 꽂아 서장훈과 그를 응원하는 팬들을 즐겁게했다.

서장훈은 "싸이와 14∼15년 전부터 알고 지냈다"며 "싸이의 아버지와 나의 숙부가 아는 사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번거롭게 은퇴경기에 올 필요가 없다고 말렸음에도 싸이가 고집을 부려 경기장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적장인 허재 KCC 감독은 "서장훈이 개인적으로 진로를 어떻게 결정할지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항상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남아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수 솔비는 경기가 끝난 뒤 은퇴식에서 서장훈을 위해 머라이어 캐리의 발라드곡 '히어로'를 불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