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지금 내가 별나라에 와 있는지…. 몸이 다 쇠약해졌어요."

1980년대 중앙대 농구 전성시대를 이끈 정봉섭(70) 대학농구연맹 전 회장이 최근 프로농구 원주 동부 강동희(47) 감독의 승부 조작 혐의에 대해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정 전 회장은 1974년 처음 중앙대 감독을 맡아 1992년까지 벤치를 지킨 중앙대 농구의 '대부'다.

'허동택 트리오'로 유명한 허재(48) 전주 KCC 감독, 강동희 감독, 김유택(50) 중앙대 감독 등 중앙대를 거친 스타 선수들은 모두 정 전 회장의 조련을 받은 제자들이다.

정 전 회장이 이끈 중앙대는 당시 연세대와 고려대가 양분하던 대학 판도를 일순간에 중앙대 독주 체제로 뒤바꿔놨고 삼성전자와 현대의 양강 구도였던 국내 성인남자농구의 판도까지 뒤흔들었다.

30대 젊은 나이부터 감독을 맡아 당시 혹독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했던 정전 회장이지만 애제자의 뜻밖 소식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그는 강 감독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계속 "그럴 아이가 아닌데"라는 말만 되뇌었다.

정 전 회장은 강 감독 관련 소식이 전해진 이후 두 번이나 통화를 했다고 한다.

그는 "처음 그 얘기를 듣고 전화를 해서 'K 감독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아니라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그때만 해도 "그럴 사람이 아니지"라며 믿는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는 그는 계속 들려오는 소문이 흉흉하기에 이틀 뒤에 다시 강 감독에게 전화했다.

강 감독은 그때 역시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래도 노(老) 감독은 걱정이 가시지 않아 "너 만일 검찰에 출석하거든 말을 조심하라"고 타일렀다는것이다.

그는 "우리 같은 일반 사람은 '아'하고 '어' 차이지만 그게 유죄가 되고 무죄로갈리기도 한다더라"고 제자에게 당부하며 "조심해서 조사를 잘 받으라"고도 일러뒀다.

정 전 회장은 이어 "(강)동희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봐왔는데 거짓말을 할 줄 모르고 내가 키워낸 아이들 중에 제일 순박한 사람"이라고 감쌌다.

그는 "내가 동희한테 직접 말은 한 적이 없어도 그 누구보다 믿고 있던 아이"라고도 덧붙였다.

또 "강 감독이 어릴 때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운동했지만 구김살 없이 자랐고 대학에 와서는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라며 "그랬던 것이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진다고 생각하니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그러면서 "그 순둥이가 나이 먹은 나야 속일 수 있다고 쳐도 가족들한테 어떻게얘기했는지 생각하면 먹먹해진다"며 "내가 원래 다른 사람들한테 전화를 먼저 하는 편이 아닌데 이번에 강 감독 가족 번호를 알아내 전화도 해봤지만 연락이 안 되더라"고 답답해했다.

정 전 회장은 "이제 다시 농구판에 돌아오는 것은 어렵겠지"라고 혀를 차면서도"나도 감독 시절 젊은 혈기에 사고를 많이 쳐서 협회로부터 영구 제명만 네 번 당하고 9년을 벤치에 앉지 못하고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휘한 적이 있었다"며 이번 일을 겪고 나서도 제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희망을 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아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는 정 전 회장은 "무슨 사연인지는몰라도 짐작컨대는 마지못해 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아끼는 제자에 대한 신뢰를 끝내 거두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