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겨울, KT는 무너진 프로야구의 명가 현대 유니콘스 구단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 기업이었다. 유니폼 제작 단계까지 갔지만 사외이사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발을 뺐다. 그 후 6년이 지났다. 경기도 수원시와 손을 잡은 KT가 한국시리즈보다 더 치열했던 전북·부영과의 10구단 유치 경쟁에서 사실상 승리, 프로야구의 열번째 심장이 됐다.

이석채 KT 회장이 전면에 나서 10구단 유치를 준비했다. 6년 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이석채 회장은 지난 7일 프로야구 신규회원 가입 신청서를 내는 자리에서 "그 때는 준비가 안됐다. 더 강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KT는 지난 3년동안 많이 성장했고 이제는 야구단을 제대로 육성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됐다"고 밝혔다.

KT는 재계 서열 10위권의 공룡 기업이다. 현재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에 비해 규모나 여러 면에서 밀릴 게 없다. 여기에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졌다. 투자 의지가 남달랐다.

KT는 가입신청서에 야구발전기금으로 200억원을 적어냈다. 수준이 달랐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정한 최소 기준은 가입금을 포함한 총 50억원. NC 다이노스는 9구단 창단 당시 가입금 30억원에 야구발전기금 20억원을 냈다. 부영이 제시한 금액은 8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KT는 '빅 테크테인먼트(BIC Techtainment)'라는 비전을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야구(Baseball)와 정보통신(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첨단기술(Technology)를 기반으로 야구 팬에게 새로운 문화적 즐거움(Entertainment)을 선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국내 굴지의 통신 기업 KT가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야구의 콘텐츠를 강화하고 야구장을 단순히 스포츠를 즐기는 공간이 아닌 각종 문화생활의 공간으로 만들어가겠다는 뜻을 보였다. 여기에 프로농구, 골프, 사격, 게임, 하키 등 스포츠단을 운영해왔던 노하우도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11일 이사회 결과를 발표한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KT의 지속적인 구단 운영 능력과 프로야구가 스포츠 산업으로 발전하는 데 기여할 부분 등에서 조금 더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수원시의 적극적인 협조도 큰 힘이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수원은 과거 현대의 연고지로 한동안 프로야구로부터 멀어졌던 도시다. 이번에 KT와 손을 잡고 10구단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수원시는 지난 4일 수원구장 증축 및 리모델링 기공식을 가졌다. 1만4,465석 규모의 야구장을 2만5,000석 규모로 늘리고 KT의 아이디어를 더해 최신식 시설과 더불어 스카이박스와 바베큐 존 등 여러 편의시설을 함께 지을 예정이다. 당장 2014년 퓨처스리그 참가 때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발빠르게 첫 삽을 떴다. 수원시는 "KT와 함께 야구의 질적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각오다.

수원시가 가진 시장성 역시 10구단 선정의 중요한 변수가 됐다. 자체 인구가 115만명으로 많은 편인데다 서울을 비롯해 성남, 안양 등 주위에 대도시가 인접해 흥행 가능서와 팬들의 접근성 등 여러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전북과 부영은 전북이 한국 야구의 산실이고 부영그룹이 오너 그룹임을 강조하며 지역 안배론을 앞세웠고 또 수원시와 KT에 못지않은 야구 발전 방안을 내놓았지만 고배를 마셨다. 상상을 초월한 KT의 투자 의지와 수원시가 가진 흥행성 등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

노컷뉴스/국제신문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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