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잡은 기회 놓치기 싫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 대표팀의준결승행을 이끈 '거포' 김연경(24·흥국생명)은 "언니들이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다"며 겸손해했다.

김연경은 7일 저녁(현지시간) 영국 런던의 얼스코트에서 열린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와의 여자 배구 8강전에서 팀 공격의 40.7%를 책임지면서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8득점을 올렸다.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김연경의 맹활약에 힘입어 한국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 예선전 이후 무려 8년 만에 이탈리아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김연경은 "사실 이탈리아가 8강 상대로 정해졌다는 말을 듣고 '어떡하지'라는 생각부터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8강부터는 쉬운 상대가 없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곧 마음을 추스렸다"고 했다.

김연경은 이날 강호 이탈리아를 상대로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도 만점 활약을 펼쳤다.

18번의 리시브 중 14번을 정확히 세터에게 연결했고 18차례 디그를 시도해 12번이나 정확히 받아냈다.

공을 건져내기 위해 몸을 던지는 투혼을 불사른 것은 물론이다.

그는 "'죽음의 조'인 B조에서 미국, 브라질, 세르비아, 중국과 예선경기를 치렀는데, 쉬운 상대가 한팀도 없었다"면서 "악착같이 하지 않으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김연경은 이어 "8강에 올라 이탈리아를 상대할 때도 이런 기회가 다시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면서 "반드시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사실 부상을 안고 있어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다.

또한 조별 예선 4차전과 마지막 5차전에서 모두 풀세트 접전을 치러 체력이 바닥난 상태다.

김연경은 "몸은 무거운 게 사실이지만 경기 전 마음만은 가볍게 가자고 다짐했다"면서 "그리고 언니들이 도와준 덕분에 쉽게 경기한 것 같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그는 "이탈리아와의 경기를 앞두고 비디오 분석을 많이 하고 들어왔다"면서 "실제로 강타 위주보다는 상대 수비수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강타와 연타를 섞어가면서 공격했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은 다른 세계적인 선수들과 차별되는 자신만의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는 "키도 큰 편이지만 서브, 서브 리시브, 블로킹까지 구사하는 선수는 흔하지 않은것 같다"면서 쑥스러운 듯 웃었다.

8강에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격파한 한국은 세계 최강 미국과 9일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11시) 준결승전을 치른다.

김연경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되겠지만,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상대라고 본다"면서 "서브를 강하게 때리고 블로킹이 오늘처럼만 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