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공고 세팍타크로팀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훈련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진우 인턴기자

- 학교 등 전폭 지원속 2006년 창단
- 15개월 만에 전국대회 우승 기염
- 주전들 대학리그 우승·국대 활약
- 내년부터 부산체고로 팀 옮겨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있어 족구는 '국민 스포츠'나 다름없다. 학교에서나 군대, 직장에서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족구에서 업그레이드된 형태의 스포츠인 세팍타크로는 찬밥 신세다. 전국체전은 물론 아시안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있지만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이름조차 생소할 정도로 국내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이다. 이런 가운데 세팍타크로의 불모지에서 꽃을 피운 고등부 팀이 있다. 바로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국립 부산기계공고(교장 배현기) 세팍타크로팀이다.

2006년 이 학교가 팀을 창단하기 전까지 부산에는 세팍타크로팀이 아예 없었다. 이 때문에 부산은 전국체전 때마다 세팍타크로 종목에 참가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래고 축구부장을 맡았던 최영완 교사가 2005년 기계공고에 부임하면서 세팍타크로팀을 창단하기로 했고, 학교와 교육청, 체육회 등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팀이 탄생했다.

	12일 부산기계공고 체육관에서 기계공고 세팍타크로팀의 '킬러' 김동진이 훈련 도중 다리를 힘껏 들어올려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기계공고는 창단 후 불과 15개월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염을 토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기계공고는 여세를 몰아 2007년 전국체전 동메달을 차지한 뒤 매년 전국 2~3위의 성적을 기록하다 지난해 마침내 '대형 사고'를 쳤다. 전국체전에서 처음으로 우승의 영광을 안음과 동시에 전무후무한 전국대회 5관왕을 차지한 것이다. 당시 주전 선수였던 김도영, 최재영, 박해성은 모두 목원대로 진학해 1학년으로는 드물게 올해 대학리그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10년 졸업생인 신한영(부산환경공단)은 현재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기계공고가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부산에도 세팍타크로에 대한 인식이 번지기 시작했고, 결국 부산환경공단에 실업팀이 창단되기에 이르렀다. 최영완 감독은 기계공고와 부산환경공단 감독을 겸직하면서 부산 세팍타크로의 중흥을 이끌었다.

지난해 크게 활약했던 주전 3명이 빠지면서 전력 공백이 우려됐으나 기계공고는 올해도 2개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서브를 넣는 포지션인 '테콩'이자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하동현은 청소년대표 선수로, 현재 고교랭킹 1위에 올라 있다. 향후 국가대표는 따놓은 당상이라는 것이 지도자들의 설명이다. 공격수인 '킬러' 포지션의 김동진 역시 청소년대표로, 높은 타점과 블로킹이 강점이며, 공을 배급하는 '피더'를 맡고 있는 이광호는 뛰어난 순발력과 볼 감각을 지녀 장래가 촉망되고 있다. 이들은 올가을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경기도 대표인 저동고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잘나가는 기계공고 세팍타크로팀이지만 내년부터는 팀 이름을 바꾸게 된다. 기계공고가 마이스터고로 전환되면서 체육 특기생 제도가 폐지돼 신입 선수를 더는 뽑을 수 없어 부산체고로 팀명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팀 전체가 이관되지만 최영완 감독을 비롯한 코칭 스태프, 선수들이 한꺼번에 옮겨가는 것이어서 전력의 변화 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미 부산체고에서 1학년 신입 부원 3명까지 뽑아 놓은 상태로 이들과 기존 선수들이 내년부터 호흡을 맞출 계획이다.

최영완 감독은 "그동안 운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해 주고,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산기계공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면서 "팀이 옮겨 가더라도 그동안 쌓아 올린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