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가 8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앤디 머레이를 꺾고 우승한 뒤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1·스위스)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페더러는 8일(현지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테니스대회(우승 상금 115만 파운드·한화 20억3000만 원) 마지막 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앤디 머레이(영국)에 3-1(4-6 7-5 6-3 6-4)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페더러는 이날 승리로 윔블던 통산 7회 우승, 메이저대회 17회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작성했다. 페더러는 또 세계 랭킹 1위 자리도 되찾았다.

1세트는 실책 16개를 쏟아낸 페더러의 자멸로 머레이에게 분위기가 넘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2세트부터 페더러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포어핸드 공격이 조금씩 살아났고 실책을 8개로 줄여 7-5로 세트스코어 타이를 만들었다.

3세트에서 쏟아진 비로 40분간 경기가 중단된 것도 '노장' 페더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 3세트를 가볍게 따낸 페더러는 4세트에서는 전성기의 기량을 방불케 할 정도의 플레이를 펼친 끝에 머레이를 6-4로 돌려세웠다.

2003년 윔블던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신고한 페더러는 2007년까지 5연패를 이룬 '윔블던의 제왕'이다. US오픈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5년 연속으로 우승하는 등 메이저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다. 2009년 프랑스 오픈에서 첫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하지만 2010년 호주오픈 우승을 마지막으로 페더러는 내리막에 접어든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만 30세를 넘기고부터는 사실상 '지는 별' 취급을 받았다.

페더러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 준결승 진출로 정상 탈환을 향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후 두바이 챔피언십과 파리바스 오픈 우승을 거쳐 클레이 대회인 마드리드 마스터스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이어 이번 윔블던에서 전성기 시절 기량을 완벽히 재연하며 다시 정상을 정복했다.

페더러는 "기분이 좋다. 마치 내 품에서 (트로피를) 떠나보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여러 번 우승을 해봤지만 메이저대회, 특히 윔블던은 아주 특별하다"고 밝혔다.

반면 머레이는 메이저 결승 문턱마다 자신을 막아섰던 페더러에 이번에도 무릎을 꿇었다. 윔블던의 '영국징크스'를 깨지 못하고 첫 메이저 우승의 꿈을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