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소년체전에서 우승한 대신초등학교 여자농구부 '공포의 7공주'가 훈련 중에 잠시 포즈를 취했다. 맨오른쪽이 팀을 국내 최강으로 키운 염은미 코치. 곽재훈 기자 kwakjh@kookje.co.kr

- 염은미 코치 최강팀 구성
- 모든 초등학교 돌며 발굴
- 수학여행도 포기하고 연습
- 소년체전 3번째 우승 위업
- 30년 전통의 명문 이어가

한때 부산은 수많은 농구 스타를 배출하며 '농구 도시'로 이름을 날렸다.하지만 10여 년 전부터 눈에 띄는 선수들을 배출하지 못했고, 자연히 농구에 대한 인기도 사그라들었다. 이런 가운데 30년 동안 부산 농구의 '새싹'들을 훌륭히 키워내고 있는 대신초등학교(교장 오순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대신초는 지난달 끝난 전국소년체전 여자 초등부 농구 종목에 부산 대표로 나서 금메달을 땄다. 2001년과 2005년에 이어 소년체전에서 3번째 금메달이었다.

지난 1983년 창단한 대신초 농구부는 원래 남자팀이 더 유명했다. 주희정, 강대엽, 조우현, 박규현 등 농구 팬이라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스타들이 바로 이곳 출신이다. 하지만 1993년 선수 부족 등의 이유로 남자팀이 해체되고 여자팀만 남게 됐다.

대신초는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는 팀이었다. 하지만 염은미(여·35) 코치가 부임하면서부터 완전히 탈바꿈했다. 부산 출신으로 실업팀 코오롱에서 선수로 활약한 뒤 올해로 10년째 팀을 맡고 있는 염 코치는 부산지역의 모든 초등학교를 돌며 훌륭한 선수들을 발굴 육성했고, 2005년 소년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을 모두 휩쓸며 초등부 농구판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후에도 줄곧 꾸준한 성적을 내던 대신초는 올해 또다시 최강팀을 구성하게 됐다. 센터 이경은을 필두로 박인아, 안주연, 이윤미, 신민지, 김도원, 박수빈 등 6학년 주전 선수 7명은 '공포의 7공주'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만큼 상대팀에게는 위협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이경은은 큰 키(173㎝)와 몸싸움 능력, 득점력까지 갖춘 만능 선수로 초등학교 선수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이경은 외 나머지 선수들 대부분이 유소년대표 선발이 확실시될 정도로 고른 전력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강한 전력을 갖출 수 있었던 것은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염 코치의 혹독한 지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염 코치는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남자팀들과 연습경기를 가졌고, 선수들은 처음에는 무척 힘들어했다. 하지만 훈련을 거듭할수록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몸싸움이나 체력, 기술이 일취월장했고, 이제는 초등부 남자 팀과 맞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이들은 지난 3월 열린 제11회 대한농구협회장배 대회에서는 결승에서 '맞수' 성남 수정초에 20점 이상의 점수 차로 패하면서 준우승에 머물렀다. 당시 주전 가드인 박인아가 쇄골 부상으로 경기에 뛰지 못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이에 선수들은 평생에 단 한 번뿐인 초등학교 수학여행도 포기한 채 연습에 매진했고, 박인아 역시 특수 보호대까지 착용하며 소년체전에 나섰다. 2회전에서 수정초와 다시 맞붙은 대신초는 10점 이상의 큰 점수 차로 깨끗이 설욕했고, 경기 뒤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염 코치는 "올해 아직 전국대회가 3개 더 남아 있는데 모두 우승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우리 선수들이 훌륭하게 자라나 한국 농구를 이끌어 가는 재목으로 자라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