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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열린 4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페넌트레이스 2위를 확정한 롯데의 양승호 감독이 밝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 전임 감독 성적에 부담감…"선수들 잘할 것" 무한한 신뢰
- 부진해도 질책성 2군행 금지
- "전준우·고원준 파격 기용, 올 시즌 가장 큰 시행착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4일 창단 30년 만에 처음으로 페넌트레이스에서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초보' 양승호 롯데 감독이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딛고 롯데를 시즌 2위까지 올려놓은 데는 '믿음의 야구'가 자리잡고 있다.
롯데의 사령탑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자리다. 화끈한 공격 야구를 앞세워 하위권을 헤매던 롯데를 단박에 3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킨 제리 로이스터 전임 감독의 그림자는 너무도 짙었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은 선수들에게까지 전이됐다. 시즌 초반 롯데가 맥을 못추자 팬들의 격렬한 비난이 쏟아졌다. 급기야 롯데는 꼴찌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빠졌지만 양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며 무한한 신뢰를 보냈다. 자신도 사직서를 가슴에 넣고 다닐 만큼 심적으로 힘들었지만 선수들에게는 일절 성적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수 있도록 배려했다. 더그아웃에선 오가는 선수들에게 늘 농담을 건네며 감독으로서의 권위도 버렸다.
양 감독은 선수들에게 되도록 많은 기회를 줬다. 부상이 아니고서는 어지간하면 '질책성 2군행'은 없었다. 시즌 초반 이승화가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감독의 재량권 내에서 줄 수 있는 기회는 모두 줬다. 하위 타선의 핵으로 성장한 문규현도 시즌 중반까지 1할대를 맴돌며 실망감을 줬지만 시즌 끝까지 중용하며 선수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양 감독의 온화한 리더십은 시즌 초반 성적 부진에 빠져 있던 선수들이 부담감을 털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불어넣었다. 다른 팀 선수들이 롯데 선수들에게 "감독이 순해서(?) 좋겠다"며 농담 섞인 부러움을 표시할 정도다.
그렇다고 매양 '사람 좋기만한' 양 감독은 아니다. 시즌 초반 양 감독은 발목 부상으로 컨디션이 떨어진 이대호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3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이동시켰다. 빈 자리는 중견수 전준우가 맡았고, 한 번도 외야 경험이 없던 홍성흔에게 사이판 전지훈련 때부터 외야수 수업을 시켰다. 또 불펜 경험이 없는 고졸 2년 차 고원준을 실질적인 마무리로 기용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팀 전력 극대화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부작용이 속출했다. 홍성흔은 외야를 맡기에는 너무도 불안한 수비를 보였고, 전준우 역시 3루수를 맡으면서 타격감을 잃어버렸다.
양 감독도 "올 시즌 중 가장 큰 시행착오를 꼽으라면 전준우의 3루수 기용과 고원준의 불펜 기용"이라고 자인했다. 프로야구 감독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은 법이지만, 그는 즉각 전체 그림을 다시 그리는 유연성과 결단력을 보였다. 전준우가 원래 포지션인 중견수로 돌아가고, 고원준도 구멍 난 선발진에 합류하면서 롯데는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고비의 순간 양감독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빛난 결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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