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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갈매기들 무한성원·구단 통큰 투자때 `부산의 레알`로 거듭난다

[창간 63주년 특집] 부산의 향기 - 스포츠 명문구단을 만들자

  • 국제신문
  •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  |  입력 : 2010-08-30 20:14:34
  •  |  본지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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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적 팬과 시장 잠재성 뛰어나
- 성적 향상·연고 스타 포진 전제 장기적 투자·마케팅·사회 공헌땐
- 스포츠 통한 애향심·소속감 '활활'…함께하는 시민구단 도약 가능성

전 세계에는 수많은 스포츠클럽이 있다. 축구 야구 아이스하키 풋볼 등 영역도 다양하다. 이 가운데는 이른바 '명문구단'으로 불리는 클럽이 있는가 하면 그렇고 그런 팀으로 취급을 받는 곳도 있다.

부산에는 3개 프로스포츠 구단이 존재한다. 야구의 롯데 자이언츠와 축구의 부산 아이파크, 농구의 부산 KT 소닉붐이다. 하지만 롯데를 빼면 외지인들이 딱히 부산의 스포츠 구단을 도시의 이미지와 연결시키기는 힘들다. 부산을 대표하는 구단이라고 하기는 다소 멋쩍다. 더구나 이들을 명문구단이라고 부르기에도 뭔가가 모자란다는 느낌을 준다. 그건 롯데도 마찬가지다.


■하늘에서 떨어진 명문구단은 없다

자타의 공인을 받는 명문구단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명문구단도 철저한 담금질을 거쳐야 탄생한다.

전문가들은 일단 명문구단의 전제조건으로 성적을 꼽는다. 이런 점에서 보면 부산의 세 구단은 모두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롯데는 1992년 우승을 끝으로 한국시리즈와는 인연이 없다. 부산 아이파크는 1990년대 팀의 전신이었던 대우 로얄즈의 화려했던 과거를 아직도 재현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KT는 지난해 정규리그 준우승을 했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챔피언결정전에 나서지 못했다.

성적이 나쁘면 자연히 관중 수도 격감한다. 롯데가 한때 몇 년간 바닥을 헤맬 때는 불과 몇백 명 앞에서 홈경기를 한 적도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홈구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도 텅 비기는 마찬가지다. 6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에 고작 몇천 명만이 자리를 지킬 뿐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부산 KT가 최고의 성적을 낼 때 농구 경기로서는 드물게 1만 명이 넘은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는 것은 분명히 되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명문구단 도약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그러나 부산 아이파크나 부산 KT에는 부산·경남 연고의 선수가 거의 없다.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선수를 수급하기 때문이다. 롯데가 그마나 비교적 많은 지역 연고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앞으로는 더 이상 기대를 하기 힘들다. 프로야구계가 지난해부터 연고지 우선 지명제도를 없애고 전면 드래프트 제도를 도입한 까닭이다. 이제 구단은 애써 지역 학교 출신 선수들을 관리하고 키울 필요가 없다. 자기 팀에 온다는 보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명문구단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지역밀착성도 들어간다. 프로구단이 지역을 위해 얼마만큼 공헌을 하는가다. 구단이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연고지와 거리를 두면 둘 수록 명문구단으로의 도약은 멀어진다. 그래서 성적보다는 지역사회 공헌을 명문구단이 되기 위한 제1 조건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도시의 명성 높이는 명문구단

영국의 맨체스터. 리버풀에서 동북쪽으로 약 50㎞ 떨어진 어웰강과 아크강의 합류점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다. 인구는 40만 명 남짓 된다. 산업혁명 때 상공업의 중심도시로 자리 잡았다.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특별하게 시선을 끌어모으는 것은 없다. 이 정도 이력은 서구 도시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 사람들 가운데 맨체스터는 영국의 수도인 런던만큼 잘 알려져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때문이다. 축구에 좀 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같은 도시에 있는 맨체스터 시티도 거론한다. 한 도시 안에 속해 있는 두 팀의 대결은 '맨체스터 더비'라는 이름 아래 수많은 축구마니아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맨체스터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맨유의 홈구장인 올드 트래포드에 들른다. 맨유는 홈구장 투어를 비롯해 박지성 등 유명 선수들의 유니폼과 사인볼 등을 팔아 경기 외적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린다. 당연히 맨유는 사회환원 프로그램을 마련, 수익의 일부를 소외계층을 위해 기부한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맨유는 세계 최고의 명문구단이 됨으로써 맨체스터의 위상도 크게 끌어올렸다.

일본 혼슈의 니시노미야. 인구가 50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비교적 작은 도시다. 웬만큼 일본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잘 들어보지 못했을 이름이다. 그렇지만 '고시엔 대회'나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라고 한다면 고개를 끄덕거릴 만하다. 공식 명칭이 전국고등학교야구선수권대회인 고시엔 대회는 야구에 살고 야구에 죽는다는 일본에서 프로야구만큼 인기가 높다. 4000여 개 고등학교 야구팀 가운데 49개교만 출전이 가능해 이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이 대회가 열리는 곳이 바로 한신 타이거즈의 홈인 고시엔 구장이다. 한신은 고시엔 대회를 위해 시즌 중에 상당한 수준의 입장수입 손실을 감수하고 주최 측에 봄 가을 두 차례에 걸쳐 2주간씩 구장을 무료로 임대해 주고 있다.

한신 타이거즈가 2005년 일본시리즈에서 18년 만에 우승을 했을 때 니시노미야 거리는 그야말로 광란의 도가니였다. 니시노미야 시민들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단을 대표하는 한신에 대해 여전히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한신이 지역사회를 위해 기울이는 노력도 한몫을 했다.


■명문구단이 부산에서도 탄생할까

가능성은 아주 높다. 우선 부산은 스포츠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열정적인 팬들이 존재한다. 또 300만 명이 넘는 인구를 갖고 있어 시장의 잠재성도 뛰어나다. 볼만한 관광지도 적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 마케팅과 접목되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명문구단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일차적인 동력은 각 구단 자체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프로구단을 자사 홍보의 수단으로만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지역민과 함께 하는 시민구단으로서의 성격을 띨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다.

팬들은 자신들을 대우해주는 경기장을 찾게 마련이다. 성적은 그 다음 요소다. 결국 명문구단의 탄생 여부는 얼마만큼 구단이 팬들과 밀착하는가에 달린 셈이다.

이런 점에서 2008년 한국을 방문한 맨유의 당시 마케팅 이사인 롭 제임스가 "지금 맨유라는 팀은 휼륭한 구성원과 훌륭한 팬들이 오랜 역사 속에서 만들어 낸 것이다. 이런 노력이 담긴 맨유의 전통과 역사는 한 순간에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기철 부산외대 사회체육학부 교수도 "명문구단은 프로팀과 시민이 스포츠를 통해 혼연일체가 될 때 만들어진다"며 "각 구단들도 팬들이 경기를 보면서 애향심과 소속감, 지역감을 갖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전문가 제언

- 팀 성적·팬 사랑·빅스타 삼위일체돼야 명문구단

안병모 부산 아이파크단장
솔직히 우리나라에 명문 프로스포츠 구단은 아직까지 없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좋고 팬들의 호응이 크다고 해서 명문구단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축구를 예로 들면 성남 일화는 K-리그에서 일곱 번 우승을 했고, FC 서울은 늘 수많은 관중을 불러 모으지만 이들을 꼭 찍어 명문구단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명문구단이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고 본다. 성적과 지역에 대한 구단의 사랑, 그리고 관중들의 지속적인 성원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해야겠지만 다른 부분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주 중요하다. 이 선수가 정말 우리 지역 팀의 일원이구나 하는 인식이 있어야 팬들은 경기장을 즐겨 찾는다. 사돈의 8촌일지언정 뭔가 인연의 고리가 엮어져야 응원을 할 맛이 나는 법이다.

부산 아이파크는 신라중, 동래고 등과 협약을 맺어 유소년 클럽을 육성하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키워도 지역 연고 선수들이 우리 팀으로 오지는 않는다. 드래프트를 하면 우선 순위가 있는 구단이 선수를 선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력이 모자라는 선수를 부산과 연고가 있다고 뽑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런 제도 속에서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나올 수 없고, 명문구단으로 가는 데도 걸림돌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공헌이다. 부산 아이파크도 소외된 계층을 돕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을 축구장에 무료로 입장시키는 것도 그런 활동의 일환이다.

명문구단은 단시일 내에 만들어질 수가 없다. 최소한 앞으로 10~20년 정도 지속적으로 이런 일들을 해나가야 비로소 명문구단으로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구단 혼자서 개인 돌파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주위에서 모두가 도와줘야 한다. 구단이나 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야 부산에서도 명문구단이 탄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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