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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월드컵 축구] 이기는 축구가 세상을 호령하다

스페인도 네덜란드도 예전의 화려함 과감히 탈피

철저하게 이기는 축구 구사 '실리 사커' 신조어 생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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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스페인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이 시작될 즈음, 세계축구연맹(FIFA) 랭킹 2위인 스페인은 당연히 우승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말로 스페인이 우승컵을 들어 올리리라고 예상한 전문가는 적었다. 늘 정상 일보 직전에서 좌절한 '새가슴 징크스'가 있었던 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을 뛰어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던 탓이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스위스에게 0-1로 질때만 해도 주위의 이런 우려는 적중하는듯 보였다. 그러나 스페인은 온두라스를 2-0으로 누르며 제기량을 찾은 이후 거칠 것 없는 6연승을 달려 우승컵마저 거머쥐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법. 스페인 축구의 성공 뒤에는 비센테 델 보스케(60) 감독이 버티고 있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화려한 선수생활을 한 보스케 감독은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레알 마드리드를 지휘하며 두 차례의 정규리그 우승(2000-2001시즌, 2002-2003시즌)과 두 차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1999-2000시즌, 2001-2002시즌)을 이룩했다. 다만 메이저대회의 우승 경험이 없는 전력이 그를 괴롭혔다. 그렇지만 보스케 감독은 남아공 월드컵 정상에 오름으로써 명실상부한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보스케 감독이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스페인 축구는 화려함보다는 철저하게 이득을 챙기는 데 집중했다. 결승전을 포함해 8득점이라는 비교적 적은 골을 넣고도 2실점만 내주는 '짠돌이 축구'로 상대를 괴롭혔다. 또한 좀처럼 공을 뺏기지 않은 채 동료선수들에게 패스를 연결하는 '공간장악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남아공 월드컵 중 스페인은 패스성공률이 무려 80%에 달했다. 참가 32개국 중 최고였다. 이런 패스를 앞세워 크게 이기지는 못하지만 대신 지지도 않는다는 실속만점의 축구를 구사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2골 이상을 넣은 적이 없다. 조별리그에서는 온두라스에 2-0, 칠레에 2-1로 이겼고 토너먼트전에서는 포르투갈(1-0), 파라과이(1-0), 독일(1-0), 네덜란드(1-0)에 모두 신승했다. 일부에서는 너무 이기기 위한 축구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보스케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월드컵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었다. 이제 누구도 보스케 감독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기는 어렵게 됐다. 급기야는 스페인이 보여준 전술이 현대 축구의 새로운 전형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스페인의 월드컵 우승에는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의 힘도 컸다. 23명의 스페인 국가대표 가운데 7명이 바르셀로나 소속이다.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사상 첫 트레블(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스페인 국왕컵·프리메라리가 우승)을 달성했던 주축 선수를 그대로 옮겨놓은 셈이다. 이들은 톱니바퀴 같은 조직력으로 경기를 지배했고 결국 보스케 감독에게 월드컵 우승이라는 선물을 선사했다.


■ 네덜란드

네덜란드 베르트 판마르베이크 감독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가 부활했다.

네덜란드는 12일(한국시간) 열린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결승에서 스페인에 0-1으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실리 축구'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켰다.

'토털축구'의 원조인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팀 컬러는 화려한 공격력이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까지 네덜란드는 자기 색깔을 고수했다. 파상적인 공세로 상대팀을 언제나 힘들게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의 토털축구는 현대 축구의 흐름과 맞지 않았다.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이뤄 조직력이 탄탄한 팀을 당해내지 못했다. 네덜란드가 1974년과 1978년 월드컵에서 결승에 오른 이후로 토너먼트에서 크게 힘을 쓰지 못했던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는 변했다. 베르트 판마르베이크(58) 감독은 화려한 공격을 지향하는 축구에서 기동력을 이용한 빠른 역습과 끈끈한 수비 조직력으로 승점 3점을 따내는 축구로 팀 컬러를 바꿨다. 즉 '내용이 좋아야 좋은 축구'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이기는 것이 좋은 축구'이자 현대 축구라는 실리를 추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선수들의 악착같은 승리욕을 불러 네덜란드를 결승전까지 끌어올렸다.

화려한 공격과 다득점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이기는 것이 지상과제라는 네덜란드의 새 비전은 본선 6연승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1차전에서 덴마크를 2-0으로 이겼을 뿐 일본(1-0), 카메룬(2-1), 슬로바키아(2-1), 브라질( 2-1), 우루과이(3-2) 등과의 경기에서 모두 1점 차로 승리했다. 월드컵 유럽예선에서 8전 전승을 거둔 실리 축구를 본선에서도 살려 상대에 맞는 공수 균형을 잡아내면서 '이기는 축구'를 구사했다.

이로 인해 네덜란드는 토너먼트의 강자로 거듭났다. 더욱이 스페인처럼 개성이 강한 팀을 만나더라도 안정적으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저력을 지니게 돼 현대 축구의 주인공으로 되살아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판마르베이크 감독은 결승전에서 패한 뒤 "좋은 내용의 축구가 아니라도 이기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네덜란드의 2010년판 비전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페인은 최근 2년간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나라였기 때문에 최고의 팀이 이긴 것"이라며 "하지만 기술적으로 우리도 스페인과 좋은 경기를 했다"며 최고 무대에서 주연의 입지를 다졌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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