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중지란을 겪는 프랑스 월드컵 대표팀의 내분이 축구계의 해묵은 권력투쟁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막장 드라마'의 배후에 프랑스 축구 영웅 지네디 지단(사진)이 연계돼 있는 것으로 보여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스포츠신문 레퀴프 등 프랑스 언론들은 "현재 프랑스 축구계는 축구협회 집행부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우승 대표선수들로 양분돼 갈등의 골이 깊다"며 "이들 월드컵 영웅 상당수가 TV 등의 축구 해설위원으로 활약하면서 축구협회를 장악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몇 년 전부터 매스컴을 통해 축구협회 집행부와 대표팀의 레이몽 도메네크 감독을 표적으로 집중 공격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일부 매체들은 "이번 프랑스팀의 분열에는 프랑스 국민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지단이 뒤에서 배후 조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단은 현역 대표선수의 에이전트들까지 장악해 대표팀 전체를 흔들고 있다"고 전한 언론도 있다. 멕시코와 경기가 있기 전날인 지난 21일 지단이 에이전트와 선수들을 통해 전술 변경을 요구하면서 도메네크 감독을 압박한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추정하고 있다
프랑스팀의 선수와 선수, 선수와 감독의 갈등은 월드컵 개막 이전에도 있었지만, 갈등이 본격 표출된 건 A조 조별리그에서 프랑스팀의 무기력한 경기 결과 때문이었다. 1차전 우루과이전에서 프랑스가 0-0으로 비기자 지단은 TV 인터뷰를 통해 "도메네크는 선수를 뽑을 줄 아는지 몰라도 선수를 조련할 줄 모르는 감독"이라며 대표팀 감독을 정조준해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번진 것은 지난 18일 치른 멕시코와의 2차전부터였다. 전반이 끝나고 하프 타임 때 탈의실에서 간판 스트라이커인 니콜라 아넬카가 도메네크 감독에게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퍼부은 뒤 대표팀에서 퇴출당했고 이날 프랑스는 멕시코에 0-2로 패배했다.
선수단은 축구협회의 아넬카 퇴출에 반발해 훈련을 거부하고 나섰고, 이에 화가 난 장 루이 발랑탱 단장은 "선수들의 행동이 역겹고 넌더리가 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내홍이 이 지경에 이르자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나서 관계부처 장관에게 사태 수습을 지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