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미국전. 그해 2월 열렸던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500m에서 김동성이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에 금메달을 빼앗긴 터라 미국에 대한 국민감정이 좋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0-1로 뒤지던 후반 33분 안정환이 천금 같은 헤딩골을 꽂아넣었다. 안정환은 곧바로 관중석 부근으로 달려 나와 1위로 들어오고도 실격당한 김동성을 흉내 내는 골 세리머니(사진)를 펼쳤다. 뒤에 있던 이천수는 김동성을 밀치는 오노의 동작을 재현했다.
안정환의 이 세리머니가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이 선정한 '월드컵 11대 골 세리머니'에 뽑혔다. ESPN은 27일 인터넷판에 역대 월드컵에서 나온 주요 골 세리머니를 소개하며 이 가운데 2002년 안정환의 사례를 포함시켰다.
ESPN은 또 디에고 마라도나 아르헨티나 대표팀 감독이 현역으로 출전한 마지막 대회인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득점을 올린 뒤 TV 카메라 앞에서 포효한 세리머니와, 같은 대회 브라질과 네덜란드전에서 베베투(브라질)의 '아기어르기' 동작도 빼놓지 않았다. 또 1994년 대회에서 피니디 조지(나이지리아)가 그리스와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개처럼 기어가다가 한쪽 다리를 들고 소변을 보는 흉내를 낸 것과 1998년 프랑스월드컵 8강에서 덴마크의 브리안 라우드루프가 브라질을 상대로 2-2 동점골을 넣고 나서 모델 같은 포즈의 눕는 자세로 기쁨을 나타낸 것도 팬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마라도나 감독은 26일 아르헨티나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승하면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오벨리스크 앞에서 팬들과 함께 누드 세리머니를 펼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마라도나 감독의 이 같은 약속은 1978년과 1986년 월드컵에서 두 차례 우승한 이후 24년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한 아르헨티나의 한을 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